(시론)품격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중국 개혁개방 40년

입력 : 2018-12-08 오전 6:00:00
1978년 12월 18일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가 중앙위원 169명과 후보위원 112명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에서 개막했다. 의제는 덩샤오핑이 제기한 당의 사업 중점을 경제건설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덩샤오핑은 폐막식 연설에서 “사상을 해방하고, 실천 속에서 진리를 구하고, 일치단결하여 앞을 보자”고 했다. 문혁의 폐해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얘기다. 그의 제안대로 1979년부터 중국공산당 사업의 중점을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로 전환했다. 그리고 중국 개혁개방은 올해로 만 40년이 됐다. 불혹(不惑)의 나이다. 공자 말대로라면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의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은 나이다. 내년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70주년이다. 마음대로 행해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는 나이, 종심(從心)이 된 것이다. 중국과 중국의 개혁개방은 마치 인생에서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에 따라서 성장의 궤적이 바뀌고 성공과 실패가 교차하는 것처럼 중국도 세계와 자본주의 경제체제라는 친구를 만나 지금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사회주의 현대화 노선으로의 새로운 변화라고 말한다. 노선 전환의 용기를 냈다는 점은 존중할만하다. 성과가 나타나면서 중국은 주동적으로 국면을 바꿔가면서 만들어낸 자신들의 판단과 전략의 결과라고 선전한다. 내적 논리가 어떻든 중국은 과감한 인식 전환을 통해 신중국 성립 이후부터 적으로 간주하고 체제 위협으로 간주했던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친구가 됐다. 40년 간 친구 도움을 받으면서 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심지어 친구를 리드하는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혼자 얻어낸 성과는 아니다. 이웃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중국은 공식적으로 세계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변방에서 중심지로 진입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도와주었던 친구들과 함께 자본주의 경제체제라는 동일한 하나의 울타리에서 활동하게 됐다. 그 결과 세계 경제는 변방에 있던 중국 경제를 끌어들여 더 큰 시장을 만들어냈고 중국도 변방의 경계를 넘어 세계 중심 경제로 부상했다. 여기에는 중국의 전략적 선택, 중국의 선택을 지원해 준 이웃 등 중국과 세계의 노력이 함께 깃들어 있다. 그렇기에 지난 40년 동안 중국의 성장은 세계와의 소통과 협력 속에서 이웃들과 함께 이뤄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자신의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노력을 폄훼하거나 덜 중시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개혁개방의 중국을 바라보는 내외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남중국해를 두고 동남아 여러 나라들과 갈등하고, 역사문제와 영토문제로 일본과 다툼이 계속되고, 한중관계의 서먹함도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2018년 벽두부터 시작된 미국과의 무역 갈등은 한 해가 마무리되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비록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서 양 정상이 만나 일시적으로 봉합은 했지만 90일간의 휴지기를 가진 것일 뿐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잠복해 있다. 이처럼 쉽게 미혹되지 않을 나이에 접어든 개혁개방의 성과가 오히려 중국의 성장을 붙잡는 형국이 도처에서 목격된다. 중국으로서는 미혹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중국의 성장에 대해 다른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중국의 성장에 걸맞는 중국의 태도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특히 미국의 중국에 대한 시각이 매우 날카롭게 변하고 있다. 강대국 간 갈등은 세계 질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변국 시선도 온화하지만은 않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라고 했는데 중국은 이웃들에게 가깝게 다가서는 태도 변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당연히 국가의 품격에 대한 불신 혹은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유념하고 경계해야 한다. 세계가 중국에게 능력에 걸맞는 태도와 품격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도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개혁개방 중국이 다시 되새겨 봐야하는 문제다. 내년이면 중국 국가 수립 70년이 된다. 어떤 행동을 해도 원칙과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나이가 바로 종심(從心)이다. 종심의 여유로움을 기대한다. 
 
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jiay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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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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