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재계 연말 정기인사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최초' 타이틀을 단 여성 임원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여전히 남성 임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해마다 여성 임원의 수가 늘고 있어 견고한 '유리천장'에도 균열 조짐이 있다는 평가다.
지난 6일 삼성전기에서는 창립 이래 최초로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정원 중앙연구소 기술전략팀장(상무). 재료·센서소자 개발과 기술기획을 담당하며 전사 개발전략 수립, 융복합 개발과제 리딩 등의 공을 인정받았다. 같은 날 삼성SDS에서는 윤심 연구소장이 첫 번째 여성 부사장으로 등극했다. 이번 인사에서 윤 부사장 외에도 전무 1명과 상무 2명을 배출, 삼성SDS의 전체 여성 임원 수는 사상 최대인 10명으로 늘었다.
'최초' 간판을 단 사례는 이들에 그치지 않는다. LS그룹은 지난달 말 단행한 정기인사에서 이유미 ㈜LS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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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에서도 처음으로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이 배출됐다. 지난 2000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한 조주은 신임 상무는 18년간 영업지원, 영업기획, LPG 수도권 지사장 등을 거친 소매업 전문가다. 내부 승진을 통해 여성 임원으로 선임된 첫 케이스다.
최초는 아니지만 여성 임원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임원 인사에서 8명의 여성 임원을 발탁했다. 전체 승진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감소했지만 여성 승진자는 1명 더 추가됐다. 여성인력의 활용도를 높여 조직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인사를 실시한 LG그룹도 7명의 신규 여성 임원을 선임했다. 그룹 전체 여성 임원 수는 지난 2014년 14명에서 29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CJ그룹에서는 6명이 승진, 4명이 새로 임원에 임용되며 전체 승진자의 13%를 차지했다.
여성 임원 발탁이 줄을 잇고 있지만 유리천장의 한계는 여전하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매출액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수는 454명으로, 전체 임원의 3%에 그쳤다. 전년(406명·2.7%)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21.8%)에는 현저히 못 미쳤다. 심지어 500대 기업 중 3분의 2에 달하는 328개 기업에는 여성 임원이 단 1명도 없었다.
한국CXO연구소가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올 상반기 기준 총수일가를 제외한 여성 임원 수는 216명으로 전체의 3.2%에 불과했다. 여성 임원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삼성전자(57명)로, 이 곳 역시 여성 비율은 100명 중 5명(5.5%)에 불과했다. 전체 임원 숫자가 30명이 넘는 1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아모레퍼시픽으로 전체 75명의 임원 중 14명(18.7%)이 여성이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 상당수는 현장직과 엔지니어 등 이공계 출신"이라며 "여성 임원 500명 시대를 맞으려면 능력 위주의 인사와 이공계 출신 임원 증가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