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준비 중인 검찰이 위기 돌파구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1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사건에 대한 '재판배당 개입'과 '법관 인사불이익' 혐의에 대한 보강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물적 증거와 관련자 진술이 상당부분 확보된 혐의들이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 모두 구속영장이 1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혐의가 많지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두 전 대법관의 공모관계가 상대적으로 분명히 드러난 혐의를 중심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옛 통진당 소송에서 재판부 배당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헌법재판소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사건이 접수되기 이전에 하급심 법원이 사건 번호를 따로 부여하고, 실제로 양 전 대법원장이 원하는 재판부에 배당됐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을 압수수색 과정에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 문건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고 전 대법관의 혐의와 맞닿아 있다. 일제징용 피해자들 소송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과 피고 측 김앤장 소속 대리인이 수차례 접촉한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 등에 대한 혐의사실 구체화를 마무리한 뒤 다른 전·현직 법관들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로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입증을 위해 두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히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최종 윗선인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 시기는 연내에서 내년 초로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법원은 검찰이 재청구한 영장을 재차 기각할 경우 '꼬리자르기'나 '방탄 법원'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법원이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자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로서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하급자인 임 전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직근 상급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 규명을 막는 것으로 대단히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박병대(오른쪽 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의 구속 영장을 기각해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