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소송에서 재판부 배당에 개입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사건이 접수되기 이전에 하급심 법원이 이미 사건 번호를 따로 부여했으며, 실제로 양 전 대법원장이 원하는 재판부에 배당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일 박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같은 내용과 함께 양 전 대법원장도 공범으로 적시했다.
옛 통진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난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 뒤 법원에 지휘 확인 소송을 냈으며, 1심은 각하 결정을 했다. 각하 판결은 헌재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했던 당시 행정처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행정처는 2심 배당을 예의 주시하다 이 소송 항소심이 접수되기 전인 2015년 12월 초에 심상철 당시 서울 고법원장에게 서울고법 행정6부로 배당을 요청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행정처 요구대로 서울고법은 2015년 12월 4일 사건을 행정 6부에 배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접수 이전에 특정 사건 번호 얻어두기를 했으며, 이 사건을 거기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배당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근 서울고법 고위급 인사를 조사해 관련 사실관계와 관련한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곧 인사이동으로 행정6부의 판결 선고가 어려운 상황이자 이민걸 전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이를 박 전 대법관에게 보고했고, 박 전 대법관은 법관 인사 이후 사무분담이 정해지면 후임 재판부를 상대로 다시 방안을 논의하자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후임 재판은 이동원 현 대법관이 재판장을 맡아 정당이 해산되면 소속 의원들도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취지로 통진당 의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재판부 배당 조작이 다른 재판에서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대법관에 대해서도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조사가 이뤄질 방침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