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매년 민방위 마지막 날에 특정 교육장으로 교육 대상자가 몰려 돌아가는 사람이 더 많지만, 담당 기관들은 해결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따르면, 13일 오전 서초문화예술회관으로 민방위 교육을 받으러 온 1~4년차 대원은 잠정 3000명이었다. 교육장인 1층 대강당 정원은 650명이다. 서울에서 올해 마지막 민방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서초문화예술회관 밖에 남지 않아 인원이 많이 몰렸다.
이날 아침 8시55분쯤 교육 장소에 이르자 100명 가량이 줄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몇 분 뒤 건물로 입장해 교육훈련참가증을 작성하고, 공익근무요원에게 제출했다. 공익요원은 교육을 수료한 뒤 교육필 도장을 받아가라고 거듭 공고했다.
민방위 교육 대상 대원들이 13일 오전 9시20분쯤 교육장인 서울 서초문화예술회관에 들어가려고 줄 서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다시 대강당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지만, 서초구 관계자는 정원 초과로 더이상 입장이 불가능하다며, 교육필 도장을 찍어준다고 공지했다.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대원들은 정말로 돌아가도 되는지 거듭 물어봤다. 참가증에 교육필 도장을 받은 시간은 9시10분쯤이었다.
조기 퇴소 조치된 대원들의 발걸음은 가벼워보였다. 얼떨떨해하거나 미소짓는가 하면, "잃어버릴라"고 중얼거리며 참가증을 품속에 넣는 사람도 있었으며, 여느 대원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지인에게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1시간 정도 지나는 동안 건물 정문 한쪽에서는 줄 서서 입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퇴소하는 대조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게다가 대강당에 착석한 인원과 서서 교육을 들던 50~100명 역시 예정된 오후 12시까지 교육을 완료하지 못하고 10시40분에 나와야 했다. 서울 내 다른 자치구는 물론, 고속도로를 타고 경기 산본·성남·용인에서부터 온 차량들이 인근 도로를 마비시켰고, 40면 밖에 안되는 건물 주차장 용량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건물을 찾은 대원 중 서초구민이 아닌 타 지역 인원이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서초구는 추산하고 있다.
이같은 인원 적체 현상은 1~4년차 대원 대상 교육에서 일어난다. 그동안 교육 경험을 쌓은 5년차 이상부터는 기초자치단체에 따라 사이버교육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고, 1시간짜리 교육이기 때문에 소규모 장소를 구하기 쉬운 편이다. 이에 반해 교육시간이 3~4시간이고, 실전 교육도 받아야 하는 4년차까지는 사이버교육으로 대체할 명분도 부족하고 장소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편이다.
반복되는 부실 교육에 대해 민방위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와 서초구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였다. 행안부 관계자는 "연말에 몰리는 기초자치단체는 일정을 더 편성하든지 해서 수요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서초구 관계자는 "멀리 떨어진 도봉구와 관악구조차 아예 서초구로 가라고 안내하더라"며 "행안부가 각 자치구의 마지막 날짜를 통일시켜야 이런 현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방위 교육 대상 대원들이 13일 오전 9시25분쯤 서울 서초문화예술회관에 집결해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