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현역의원 21명을 포함한 당협위원장 물갈이에 나섰지만, 예상외로 잠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쇄신 대상이 된 의원 대부분은 2020년 총선 공천 배제가 확정된 것은 아닌 만큼 대응을 자제하며 후일을 도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양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물갈이 대상에 오른 대다수 의원들은 당의 결정을 수용하며 총선까지 관망하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앞서 원유철·윤상현·김용태 의원 등 당내 중진 의원들도 당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이 즉각 반발에 나서지 않는 것을 두고 당내에선 지역구 당협위원장직 박탈이 당장 총선 공천 배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도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이 공천 심사와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진곤 조강특위 외부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에 이렇게 하더라도 나중에 공천 때는 공천관리위원회를 통해서 다시 작업을 하게 될 것이고 그때를 대비해 더 노력해 국민의 신뢰와 당원의 지지를 받도록 해달라는 뜻"이라며 "만회할 기회조차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임기가 2개월 가량 남은 비대위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차기 지도부의 공천 가능성을 기대해보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번 결정을 다음 지도부가 너무 쉽게 뒤집을 수 있다는 식으로 가볍게 여기는 것은 우리 정치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인적쇄신안에 계파 논쟁을 되살리려 하는 부분에 대해선 앞으로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일각의 당내 반발 조짐에 대해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비대위는 재심청구 절차 없이 곧바로 18일부터 교체 대상 지역 당협위원장에 대한 공모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1월 중순에는 당협위원장 선발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협 79곳 가운데 69곳은 직전 당협위원장이 지원할 수 없는 일반 공모지역이고, 나머지 10곳은 직전 당협위원장도 지원할 수 있는 공동 공모지역이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