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다국적 제약사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연말 장기휴무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중요도가 높아지는 분위기 속 한 발 빠른 한해 업무 마감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제약사들은 이달 셋째주 또는 넷째주를 통째로 쉬는 장기 연말휴가를 부여 중이다. 올해로 4년차를 맞는 기업을 비롯해 새로 도입한 기업들도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장기 연말휴무제도를 시작했다. 사상 첫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던 지난 2014년의 이듬해인 2015년부터 올해로 4년째다. 다만 12월 마지막주를 쉬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한 주 빠른 15~23일까지 9일의 휴무를 가진다. 연말 마감업무를 보다 수월히 하기 위해 재충전을 하고 조금 일찍 업무에 복귀하도록 한다는 복안에서다.
GC녹십자와 일동제약은 지난 2016년부터 휴무를 도입했다. GC녹십자는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일동제약은 22일부터 1일까지 각각 8일, 11일의 장기 휴무가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휴무를 시작한 한미약품은 올해 총 11일(22일~다음달 1일)의 최장 수준 휴가가 부여된다.
동아쏘시오그룹과 JW중외제약은 올해 처음으로 장기 연말휴무 기조에 동참했다. 두 회사 모둔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연속 8일의 휴무가 가능하다. 대웅제약과 종근당의 경우 한 주 이상 이어지는 장기 휴무는 없지만 공휴일 직전일인 월요일(24일·31일) 휴무를 부여해 징검다리 휴무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반면 바이오기업들은 아직 상대적으로 장기 휴무에 보수적인 편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 메디톡스 등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들은 별도의 장기 휴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업들이 연말 휴무에 인색하다기 보다는 전통 제약사에 비해 비교적 기업문화가 오래되지 않은데다, 평소 연차 소진이 자유로운 분위기라 별도의 연말 장기휴무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