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시장은 신규상장 기업이 늘었음에도 시장 규모는 5년래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IPO시장 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면서 IPO 규모는 2조8000억원에 그쳤다.
27일 IR큐더스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 수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9사, 코스닥 70사로 총 79사다. 이는 작년 62사 대비 27% 증가한 수치다.
공모기업 수는 늘었지만 공모 규모는 크게 감소했다. 올해 IPO 총 공모규모는 약 2조8197억원으로, 지난 2013년 1조3000억원 이후 최저치다. 코스피에 신규 상장한 9사의 공모 규모를 합쳐도 1조원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에, 회계감리 이슈까지 불거지며 상장을 준비했던 대어급 IPO 기업의 상장 지연과 공모 철회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제약·바이오업종과 IT·소프트웨어(SW)업종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올해 신규 상장한 제약·바이오기업 25사 중 15사와 IT·SW업종 12사 중 10개사가 희망 공모가밴드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엘앤씨바이오(290650)가 밴드 상단을 초과한 2만4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고,
파멥신(208340) 6만원,
동구바이오제약(006620)도 1만6000원에 공모가를 정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를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 수는 25사로, 전체의 32.1%를 차지했다. 지난해 6사 대비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연말 IPO 쏠림 현상은 올해도 이어졌다. 전체 신규 상장 기업의 48%(총 38개사)가 4분기에 집중돼 시장이 진통을 겪었다는 분석이다. 공모기업이 쏠리면서 4분기에는 공모 밴드를 초과한 기업이 5개사에 그쳤다. 반면 희망 밴드 하단 이하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 24사 중 14사가 4분기에 몰렸다.
올해 신규 상장사 중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현대사료(016790)다. 현대사료는 1690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상장 당시 사료업종이 남북 경협 수혜주로 주목을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사료는 공모가 대비 상승률이 197.7%에 달해 코스피,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12월에 상장한 13개 기업 중 5개 기업의 청약경쟁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증시 침체와 연말 IPO 쏠림 현상 속에 공모주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내년 IPO 시장은 올해보다 공모 규모 면에서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영 IR큐더스 수석은 "올해 IPO 시장은 증시 불안과 회계감리 이슈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내년 IPO 시장은 점차 활기를 되찾고 공모규모 면에서 큰 폭의 반등이 예상된다"며 "조 단위 공모규모에 이르는 기업들이 순차적으로 기업공개에 나설 예정으로, IPO 투심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공모금액만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홈플러스리츠, 바디프랜드 등 대어급 기업들이 내년 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올해 공모를 철회했던 SK루브리컨츠,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재추진 여부에 따라 2019년 IPO 시장규모는 최대 10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 수석은 "IT, 바이오, 제약 등 꾸준히 시장에서 선전하던 업종에 대한 선호는 2019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의 강세가 계속되며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IPO 추진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