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등 지난해 전향적 판단을 내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올해도 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두 기관 모두 지난해 구성원 문제로 진통을 겪었지만 상당부분 진보적 성향의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문재인 정부' 3년차를 맞는 올해 본격적인 역할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왼쪽),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사진/뉴시스
우선,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 출신인 김상환 신임 대법관이 지난달 28일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김 대법관이 취임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은 총 8명으로 늘어나면서 사법부 지형이 바뀌었다. 실제 최근 선고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도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 모두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하다는 의견을 내며 '무죄'로 판단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판단은 그동안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면서 사회적 갈등을 빚었던 사건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14년 만에 무죄 선고로 논란을 종식하면서 우리나라 병역제도가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4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이후 이 판례를 유지해 왔었다. 판례가 변경되면서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들도 파기환송되고 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동성혼을 포함한 동성애 문제와 낙태죄 처벌 문제 등도 사회적 파장이 커 전원합의체로 회부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전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동성애와 성 소수자 인권도 보호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 차원에서 임신 초기에 한해 낙태 허용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현재는 각 소부에 배당됐지만 서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도 전원합의체로 갈 여지가 남아 있다.
헌법재판소도 올해 상반기 낙태죄 위헌 여부와 함께 동성 군인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에 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진보 성향 재판관이 대거 입성한 '유남석 헌재소장의 6기 재판부'는 진보적 색채를 띨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2012년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했으며 군형법은 2002년, 2011년, 2016년 모두 합헌으로 결정한 바 있다.
유 소장을 비롯해 이석태·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 재판관 등 문재인 정부에서 취임한 재판관이 9명 중 6명이다. 이 가운데 이종석·이영진 재판관 등 야당 추천 재판관 2명을 빼더라도 나머지 재판관 4명은 진보성향으로 분류된다. 6명 이상을 '위헌 정족수'로 하는 현 제도 내에서 얼마든지 위력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유 헌재소장은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이며,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낸 이석태 재판관은 변호사 시절 군형법 위헌 소송의 대리인 단장을 맡았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