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아버지가 아들 명의로 부동산 거래를 했고 아들은 관여하지 않았다면 아들에게 양도소득세 납부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김선영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판사는 한모씨가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관악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김 판사는 "원고의 아버지 한모씨는 신용불량자로 2009년부터 원고 명의 계좌를 전적으로 사용하는 등 지속해서 원고 명의를 빌려 경제 활동해왔고 원고 위임장을 받아 경매 절차에 참여한 점, 대출을 위한 필요서류를 직접 준비하고 대출금을 제외한 금액도 직접 조달한 점에 비춰보면 상가 취득 역시 그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상가에 관한 사업자등록이 원고 명의로 이뤄지기는 했으나 신청은 아버지 한씨가 한 것이고, 임대차계약 역시 원고 명의로 체결됐으나 소유 명의가 원고 앞으로 돼 있었기 때문일 뿐 원고는 사실상 임대차계약에 관여한 게 전혀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상가를 이모씨에게 양도한 것 역시 아버지 한씨의 의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매매대금 역시 대부분 한씨가 아들인 원고 명의를 빌려 대출받거나 차용한 금액의 변제, 한씨가 원고 명의로 상가를 소유하거나 임대업을 영위함으로써 발생한 세금 납부 등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와 아버지 한씨가 수사기관에서 상가의 명의신탁 관계를 부인한 사실이 있더라도 이는 처벌을 피하기 위한 거짓 진술이었을 가능성이 크고, 당시 원고 진술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상가 매각대금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러한 사정만으로 상가에 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처분권이 한씨가 아닌 원고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씨는 지난 2010년 서울 동작구 한 상가 경매 절차에서 매수인으로 결정돼 매각대금 약 2억원을 내고 소유권을 넘겨받았으나 2015년 이씨에게 상가를 매매했다. 이에 세무당국은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다며 양도소득세 4540여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한씨는 "신용불량자였던 아버지에게 명의를 빌려준 후 아버지 의사대로 상가를 이씨에게 넘겨준 것에 불과하고, 양도대금 역시 아버지에게 귀속돼 양도로 아무런 소득을 얻은 바가 없다. 양도소득세 납세의무자는 명의신탁자인 아버지임에도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