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중국서 경제·안보 '쌍끌이'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방문…생일맞춘 방중, '북중관계 밀착' 메시지

입력 : 2019-01-09 오후 5:22:47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지도자 등극 후 네 번째 중국 방문에서 개혁·개방 현장을 시찰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현안을 앞두고 중국과 의견조율에 나서는 것과 별개로 자신이 공언한 ‘경제집중’ 노선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방중 이틀째인 9일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내 생약 제조업체 동인당 공장을 방문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탑승한 전용차 행렬은 이날 오전 교통통제 속 경찰과 무장경찰이 대거 배치된 공장에 도착, 30여분 간 둘러본 후 떠났다.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내에는 하이테크·우주관련 산업체들이 다수 입주했다. 노키아와 벤츠, GE 등 글로벌 업체들도 들어와 있다. 김 위원장의 경제기술개발구 방문을 놓고 개혁개방 후 경제, 특히 첨단기술 발전에 힘써온 중국의 경험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방중단에 과학기술·교육 담당이자 김 위원장 측근으로 알려진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과 최동명 당 과학교육부장이 포함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첫 방중 때는 ‘중국판 실리콘벨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 과학기술단지를 찾은 바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비핵화와 북미관계, 평화체제는 물론 경제문제와 남북관계까지 중국에 설명하고 협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부위원장 등을 통해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제기술개발구 중에서도 생약 제조업체를 방문한 것을 놓고 북한의 약초산업 현대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최고급 호텔인 북경반점에서 오찬을 했다.
 
방중기간 중 시 주석과의 논의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8일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중 관계 발전방안과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 2차 북미 정상회담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 의제에 대한 윤곽이 어느정도 잡혀가는 와중에 중국과 최종 조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 긴밀히 연계해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중국의 역할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 모색”은 중국의 역할 확대 가능성을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생일(8일)에 중국을 찾은 건 북중관계가 급속도로 강화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다. 지금까지 남북과 북미 중심으로 비핵화 협상이 진행된 점에 비춰볼 때 중국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 간 협상에 중국을 끌어들여 지렛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양국이 진행 중인 무역협상에까지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쯤 베이징역에서 중국 고위 당국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귀국 길에 올랐다.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전용열차에 탑승한 후 인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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