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또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9부(재판장 고의영)는 11일 일제강점기 히타치조선소 등에서 강제노역에 종사한 이모씨가 히타치조선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1억2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히타치조선은 이씨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지난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로 인해 이씨 청구권이 소멸했는지, 이씨의 손해배상청구권 시효가 완성돼 소멸했는지, 1심에서 인정한 위자료 5000만원이 과다한지였다.
재판부는 먼저 이씨 청구권이 소멸했는지에 대해 "2012년 대법원 사건에서 판시된 청구권협정에 의해 강제노역에 동원된 피징용자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으로 인해 소멸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해 원고의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히타치조선 주장을 배척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씨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에 대해서 "이씨의 손해배상청구권 행사가 소 제기 시까지 이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고, 히타치조선이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며 이씨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위자료 과다 여부에 대해 "원고가 강제징용돼 노역에 종사하다가 귀국하기까지 소요된 기간이 약 1년 정도이고, 어떤 부상이나 신체 피해를 보았다는 점은 밝혀진 바 없다고 해도, 일본의 침략전쟁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이씨를 불법적으로 징용하고 이씨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원치도 않는 노역에 종사하게 한 히타치조선의 불법성 정도 등을 고려해 5000만원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1944년 9월 징용영서를 받고 일본 오사카 소재 히타치조선소에서 5개월, 동양제약 주식회사 앞 방파제 보수공사장에서 3개월 종사했다. 이씨는 당시 휴일도 없이 매일 8시간 노동했고 월급도 받지 못했다. 이후 2014년 이씨는 강제노역 등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히타치조선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히타치조선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이씨의 위자료 청구액 중 5000만원을 인정했다. 이에 이씨와 히타치조선이 항소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부(재판장 김한성)는 강제징용 피해자 김모씨(사망) 유족이 일본 전범 기업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신일철주금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고 '신일철주금이 유족에게 1억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도 여운택·신천수·이춘식·김규수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신일철주금은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