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야간에 집 밖으로 나오기를 거부하는 현행범을 밖으로 유도하기 위해 집 안 전기를 차단한 경찰관 행위는 정당한 것으로, 이에 대항하기 위해 현행범이 흉기를 들고 나와 경찰관을 위협한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웃 주민들로부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문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들이 문씨의 집으로 통하는 전기를 일시적으로 차단한 것은 피고인을 집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한 것으로서, 피고인의 범죄행위를 진압·예방하고 수사하기 위해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로 보이고, 경찰관 직무집행법 목적에 맞게 직무 범위 내에서 법에서 정한 즉시강제의 요건을 충족한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이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이 위법하고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로 볼 수 없다면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문씨는 평소 심한 고성 및 욕설과 시끄러운 음악소리로 이웃 주민들로부터 수회 112신고를 받았다. 지난 2016년 6월 이날 주위 신고를 받고 문씨 집에 출동한 부산지구대 소속 경위 유모씨와 순경 노모씨는 문을 열어달라고 했으나 문씨는 욕설을 내뱉었다.
이에 경찰들은 문씨를 만나기 위해 전기차단기를 내렸는데 이에 화가 난 문씨는 욕설과 함께 37cm의 식칼을 들고 찌를 듯이 협박했다. 이에 문씨는 경찰의 112신고 업무 처리에 관한 정당한 업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피고인이 장기간에 걸쳐 선량한 다수의 이웃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었음에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점, 수사 및 재판에 임하는 태도에 비춰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한 사회 내 처우는 당분간 무의미하다고 판단된다"며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피고인이 이미 소음을 발생시킨 이 사건에서 피해 경찰관들의 단전 조치는 범죄행위의 예방을 위한 경고라고 볼 수 없고, 피해 경찰관들의 단전조치는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평가될 수 없다"며 문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문씨가 상고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