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의 수출 동향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전반적으로 수출이 견조함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수출이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KDI는 14일 1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경제는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수출도 위축되는 등 경기 둔화 추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석 달 연속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앞서 KDI는 지난해 8월까지 경기가 개선 추세라고 진단하다가, 9월부터 경기 개선 표현을 뺐다.
총수출 및 반도체 수출 동향.자료/한국개발연구원(KDI)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여건이 안좋다고 진단하면서 경기 악화 경고음이 켜진 상황이라는 얘기다. KDI 관계자는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요 품목들이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OECD선행지수도 빠르게 하락하면서 대외 여건이 악화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수출을 보면 전달(11월) 전년동월 대비 4.1%증가에서 -1.2%의 감소로 전환했다. 반도체(-8.3%)와 석유화학(-6.1%) 등 대부분의 주요 수출품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영향이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수출이 견조하다는 입장을 굳히지 않았다. 기재부는 지난 11일 경제동향에서 "전반적으로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수출 물량 증가세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증가세가 둔화하는 현상보다는 전년 대비 증가한 모습을 기준점으로 잡은 것으로 보이는 데, 이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초부터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정부만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다며 낙관적인 해석을 해왔다"며 "시장에서는 더이상 정부 진단을 믿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체 분석결과 올해는 주요 품목인 반도체가 악화하면서 전체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