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미국 행정부 고위인사들 사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시사하는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르면 이번주 내 북미 고위급회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양국 간 입장차이가 어디까지 좁혀졌는지가 회담 성사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다.
중동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세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1월 또는 2월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언제 두 정상이 마주앉는 것을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세부사항을 도출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북미 간 입장차이가 여전한 가운데 물밑 조율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최근 들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수시로 언급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는 중이다.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2일에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곧 만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재차 강조했으며, 6일에는 “북한과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논의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일정이 발표될 것”이라고 한걸음 더 나갔다. 회담 장소로 베트남이 유력하다는 외신들의 추측성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한 북한의 명시적인 답변은 아직까지 없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미국 방문이 언제 이뤄질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중동 순방이 15일 끝나고, 16~17일에는 미국의 재외공관장 회의가 진행되는 점에 비춰볼 때 이르면 이번 주말 중 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간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의견대립으로 불거진 연방정부 일시 업무정지(셧다운) 사태로 미 정부의 인력운용이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두 달여 만에 북미 고위급회담이 재개될 경우 의견 조율이 어느 정도 끝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 폐기와 대북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 조치를 맞교환하는 '빅딜'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우선순위로 언급해온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제재 면제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우리 정부는 일단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북미 간 물밑접촉 동향을 다각도로 파악하는 한편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동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된 업무협약(MOU) 체결식에 참석해 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