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기술·문화 담아낸 SDIC, 디자인 경영 이끈다

UX 혁신 위한 다양한 협업 진행…갤럭시 생태계 확장에 초점

입력 : 2019-01-15 오전 11:44:53
[샌프란시스코=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지난 2016년 첫 선을 보인 삼성전자의 줄 없는 이어폰 '기어 아이콘X'는 음악 감상 뿐 아니라 피트니스 코칭과 운동 정보를 기록해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주목을 받았다. 이듬 해에는 IDEA, iF 등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영예도 누렸다. 밀레니얼 세대로 대표되는 이용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시장성을 갖춘 제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기어 아이콘X는 삼성전자의 디자인 경영전략의 대표적 산물로 꼽힌다. 이 제품을 탄생시킨 곳이 바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디자인 혁신센터(SDIC)다. 건축 사무소와 디자인 에이전시가 즐비해있는 잭슨 스퀘어에 자리잡은 SDIC는 북미 시장의 특성과 실리콘밸리의 신기술을 반영한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 더해, 소비자 심층 연구를 통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주도하고 소비자들이 의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사내에 인사이트를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디자인혁신센터(SDIC) 전경. 건축사무소와 디자인 에이전시가 즐비한 잭슨스퀘어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디자인 혁신을 위해 지난 1996년 '디자인 혁명'을 선언했다. 2001년부터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디자인 경영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1991년 도쿄를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 거점에 해외 디자인 연구소를 설치, 글로벌 디자인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등 미래 지향적이고 폭넓은 디자인 경영 활동도 전개 중이다. 현재 서울을 포함 브라질 상파울루,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도 노이다, 일본 도쿄,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등 총 7개의 글로벌 연구소가 있다. 
 
디자인 연구소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의 SDIC는 1994년 실리콘밸리 팔로알토 지역에 설립된 연구소가 전신이다. 2008년 LA로 위치를 옮겼고 2012년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이전했다. 지난해에는 연구소 명칭을 SDA에서 SDIC로 바꾸고 조직을 재편했다. 실리콘밸리의 문화와 트렌드 연구 기능을 담당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배경에 사용자 경험(UX) 중심의 혁신을 꾀하는 새 비전을 추구한다. 
 
SDIC는 융복합 인재들을 채용해 디자인 전공자 외에도 인문학·경영학·소프트웨어·컴퓨터 과학 전공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페데리코 카살레뇨 SDIC 센터장도 이탈리아 태생의 '파리5대학 문화 및 커뮤니케이션 사회학'을 전공한 박사출신이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디자인 랩장으로도 근무했던 그는 "기술적 혁신에 절대적 장점을 가진 삼성전자에 디자인적 혁신을 접목하고 싶었다"고 합류 배경을 전했다. 
 
페데리코 카살레뇨 SDIC 센터장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디자인 경영전략과 SDIC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카살레뇨 센터장의 소개대로 SDIC는 북미 전역의 사용자경험(UX) 디자인 전문업체, 글로벌 디자인 스쿨 등과 활발히 협업·교류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에서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문화가 접목돼 실무 디자이너들이 시제품을 만들어보고 개선점을 찾아 발전시키는 과정을 빠르게 반복할 수 있도록 신속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들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SDIC는 여러 제품군 중에서도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자들의 일상생활의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와 대화면 태블릿 등을 통해 갤럭시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사용자들에게 모바일 기기를 통한 더욱 풍부한 피트니스,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무선사업부와 긴밀히 협력해 디자인과 사용성 모두를 충족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피트니스 밴드 '기어 핏'시리즈, 코드리스 이어폰 '기어 아이콘X', 대화면 태블릿 '갤럭시 뷰' 등이 있다.
 
아울러 SDIC는 삼성전자가 전사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연구도 심층적으로 진행하며 디자인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공개가 임박한 폴더블폰을 예로 들면, 기술적 혁신 외에 UX 등과 같은 부분에서 혁신적 아이디어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것. 카살레뇨 센터장은 "신 기술을 제안하는 부분에 있어서 다른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일 것"이라며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우수 인력 확보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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