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15일 이틀 연속 소환하며 조사를 마무리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이날 오전 9시20분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판사 사찰 및 공보관실 운영비 유용 등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지난 11일 처음 검찰에 소환된 양 전 대법원장은 다음 날 조서 열람 후 14일 검찰에 다시 나와 조사를 받았다. 이날이 실질적으로 3차 조사였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현재 계획으로는 추가 소환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서는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첫 검찰 조사 직전 대법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전체적으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이고 다른 형사 사건과 마찬가지로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정한 선을 지키면서 조서 문구 등에 대해 의견을 많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정치인 관련 재판 개입과 매립지 귀속분쟁 관련 재판 개입 의혹 관련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지난해 12월 임 전 차장 재판 때 추가기소하겠다고 밝힌 부분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종전 공소사실에 현 기소 내용을 병합 신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2015년 3월부터 6월까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서기호 변호사(전 정의당 의원)를 압박하기 위해 서 변호사가 제기한 법관 재임용 탈락 취소소송(원고 서기호·피고 법원행정처장)을 패소시킬 목적으로 행정처 기조실 심의관들에게 압박 방안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직접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거쳐 담당 재판장에게 소송의 신속한 패소 종결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임 전 차장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 추진 정책에 지원을 받을 목적으로 2015년 5월 국회파견 판사를 통해 A 의원으로부터 총선 당시 연락사무소장 등을 역임한 지인의 아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형사 사건의 죄명을 변경하고 벌금형으로 선처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직접 서울북부지법원장을 통해 담당 판사에게 선처를 요구하고, 행정처 기획총괄 심의관을 거쳐 담당판사의 재정합의부장에게도 청탁 취지를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외에 2015년 4월부터 5월 B 의원 보좌관(친인척)에 관해 실형이 선고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조기 석방 등의 선처를 청탁받고, 행정처 사법지원실 심의관에게 예상 양형 관련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시하고 B 의원에 관해 검토내용을 설명한 혐의와 2016년 8월부터 9월 국회의원에 대한 설명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행정처 양형위원회 운영지원단장에게 C 의원·D 전 의원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양형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또 2016년 10월부터 11월 매립지 귀속 분쟁 사건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동시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헌재에 대한 우위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 대법원 사건의 조기 선고를 내용으로 하는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후 법원행정처장에게 보고하고, 주심 대법관들에게 전달하게 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이번에 추가됐다.
헌정 사상 첫 번째로 검찰에 소환된 전직 대법원장이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양승태(가운데)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검찰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