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여름에 ‘빙수’를 떠올리면 바로 연상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설빙이다. 고소한 인절미 빙수부터 망고를 잔뜩 넣은 망고 빙수, 잘 익은 멜론을 썰어먹는 멜론 빙수, SNS를 달군 마카롱 빙수까지, 여름 디저트 시장은 설빙이 차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름 디저트를 대표하는 설빙이 최근 붕어빵, 팥죽, 떡볶이 등 겨울 디저트 시장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일본, 캄보디아, 쿠웨이트 등 해외 진출도 활발해 K-디저트를 알리는 홍보대사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런 성공 뒤에는 매번 히트작을 내기 위한 R&D 팀의 노력이 숨어 있다. 설빙 1호점 직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회사에서 메뉴 개발을 이끄는 최소진 설빙 R&D 센터장을 만나 설빙의 성장 과정, 메뉴 개발 노하우와 디저트 업계에 대해 들어봤다.
설빙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처음에는 설빙 1호점 직원으로 시작하게 됐다. 설빙이 처음 문을 열기 전 원래 부산 광안리에 '시루'라는 떡 카페가 있었다. 원래 고향이 부산이고 친구 집이 광안리 쪽이라 시루를 자주 갔는데 메뉴도 맛있고 사장님도 친절해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루는 카페 알바를 찾고 있는데 '설빙'이라는 곳에서 직원을 뽑고 있었다. 공고를 보니 면접장소가 시루였다. 시루에서 하는 곳이라 좋았고 떡 카페라 손님도 덜하겠다 싶어서 덜컥 지원했다. 일본어를 전공했는데, 부산에 일본 관광객도 많고 그 점을 사장님이 좋게 보셨는지 남포동 1호점 직원으로 뽑혔고 오픈 때부터 시작해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됐다.
설빙 초기에 부산에서 서울로 시장을 확장하며 어려움은 없었나.
단시간에 엄청난 성장을 하다 보니 초기에는 어려움도 있었다. 지금은 서울 강남 중심에 사무실이 있지만 처음에는 아파트가 사무실이었다. 방문을 열면 바로 옆이 연구실이었고 출근과 생활 공간 구분이 없다 보니 힘들었다. 또 부산에서 일을 할 때는 규모가 작기도 했고 굉장히 평등한 구조로 일했다. 사장이든 회장이든 바로 대리, 사원급과 면담을 하고 회의를 하는, 그런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서울에 올라와 경력팀과 합류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규칙이 있어 의견 조정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최소진 센터장은 1호점 직원으로 시작해 메뉴 개발 핵심 인원으로 자리잡았다. 사진/김은별 기자
설빙은 메뉴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어떤식으로 메뉴를 개발하나.
초반에 개발하던 구조와 지금의 구조가 많이 다르다. 처음에는 아이디어를 하나 내면 바로 실행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가격, 품질, 소비자 반응 등을 고려해 전문적인 과정을 거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케팅팀이 '녹차'라는 소재를 제시하면 녹차로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시제품을 만든다. 그리고 소비자 연령대 별로 어떤 콘셉트를 채택하고 가격을 어느 정도 책정할지 가늠한다. R&D팀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100여명씩 무작위로 설문조사, 인터뷰 등을 하고 최종적으로 가맹점 품평회, 직원 테스트를 거쳐 출시한다.
또 평등한 조직문화도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 데 기여한다. 정기적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데, 이때 직급에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점수를 준다. 최근에도 굉장히 어린 실습생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높은 직급이 아이디어를 내도 반응이 내부적으로 좋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린다. 정선희 대표도 아르바이트생 말까지 귀 기울여 들어준다.
가장 성공적인 제품과 실패작을 꼽자면.
최근 품절 대란이 일어난 마카롱 빙수는 대표적인 히트 상품이다. 마카롱은 일단 소재부터 좋았다. 가장 큰 문제는 마카롱을 설빙 이미지에 맞춰 빙수 위에 가득 얹고 싶은데 단가가 너무 높았고, 차가운 제품 위에 마카롱이 올라가면 딱딱해지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설빙에서 자체적으로 빙수용 마카롱을 개발해 결국 제품을 출시했다. 가장 안타까운 빙수는 흑임자 설빙이다. 전통 디저트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만든 빙수여서 리뉴얼도 몇 차례 했는데 아무래도 소재의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젊은 층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계속 대중화 시키기 위해 도전할 계획이다.
빙수 특성상 지금같은 겨울은 사실상 '비수기' 일텐데, 극복 노하우는.
빙수가 아무리 맛있어도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덜 팔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브랜드 정체성인 빙수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빙수 위에 따뜻한 소재, 티라미수 케이크를 얹는다든지 제철 과일인 딸기를 활용하는 식으로 빙수 메뉴를 유지했다. 또한 팥죽, 붕어빵 등등 겨울철 간식을 응용해 설빙에서 저렴하고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디저트 쪽을 확장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아울러 떡볶이 같은 제품을 계속해서 리뉴얼 출시해 빙수보다 '디저트 카페' 이미지를 강화해 비수기를 극복 중이다. 아직까지 겨울 매출이 목표한 만큼은 아니라서 빙수 위에 뜨거운 걸 붓는 등의 메뉴를 고려 중이다.
설빙은 디저트 카테고리를 강화해 비수기인 겨울 매출도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김은별 기자
디저트 프랜차이즈로서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반응이 좋은 국가는 어디인가. 또, 해외 진출 시 어려움은 없었는지.
현재 일본,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중국, 쿠웨이트 등 다양한 나라에 진출해 있는데 일본에서 인기가 가장 많다. 설빙 매장 오픈 때 7시간씩 줄을 설 정도였다. 이런 일본도 처음 진출할 때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웃나라이고 같은 아시아 국가라 수월할 줄 알았는데, 일본은 장인정신을 중요시해서 식자재를 하나하나 조달하기 어려웠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캄보디아에서는 제작할 수 있는 공장이 많지 않아 힘들었다. 떡볶이 메뉴의 경우 방앗간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직접 재료를 구하기도 했다.
그래서 국가 별 특성을 파악하고 현지 맞춤 메뉴에 주력했다. 예를 들어 일본은 '1인 1빙수'를 선호해 하나의 메뉴에 적은 양을 담고 있다. 또 일본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선호하지 않아 떡볶이 소스를 이탈리안 미트소스로 대체했다. 캄보디아에는 현지 바나나를 활용한 빙수 메뉴가 있다. 음료 메뉴는 지역색이 강해 현지에서 많이 먹는 메뉴로 아예 구성을 바꿨다. 태국에는 망고주스, 일본에는 진저에일 등으로 한국과 메뉴가 다르다.
앞으로 한국식 디저트가 진출할 만한 유망한 국가가 있는지.
사실 유럽 진출이 큰 도전이자 목표다. 유럽을 진출하고 나면 남미나 미국 쪽까지 시장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럽은 이미 디저트 전통이 뚜렷하게 있어 시장 진입이 까다롭고 기후도 지중해 기후 등 다른 곳이 많아 고려할 사항들이 많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외국인들이 '눈꽃얼음'에 큰 흥미를 가진다. 그래서 빙수를 보면 얼음을 먹는다기보다 눈을 먹는다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중동 국가들도 단 음식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는 시장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개발하고 싶은 제품이나 목표가 있다면.
사실 빙수보다는 떡을 가지고 불닭볶음면처럼 품절 대란이 일어나고, 못 구해서 예약판매하고 그런 제품을 만들고 싶다. '공구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인터넷이 떠들썩해질 한국식 디저트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