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면담 이후 북미 양국이 2차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19일부터 시작한 협상이 22일(현지시간)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 의제 등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은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핵시설·능력 신고와 국제사회 대북제재 해제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왔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에 그간 미국이 강조해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이를 위한 조치가 빠지면서 논란을 키웠다. 지난해 7월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세 번째 방북을 했지만 핵신고와 종전선언 문제 등에서 이견이 노출되며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불발되기도 했다.
한동안 교착상태가 계속되던 북미 대화는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평양정상회담과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 10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속도를 냈다. 연내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지난해 11월8일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가 직전에 취소되면서 상황은 다시 어두워졌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됐다.
이번에도 정상 간 '탑 다운' 방식을 통해 교착상태가 해소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앞으로도 언제든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나 또한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며 즉각 화답하고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는 급물살을 탔다. 이는 김 부위원장의 방미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 간 면담 직후 시작한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한이 보유한 핵시설·능력 신고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사이에서 의견조율이 어디까지 이뤄질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북한 영변 핵시설 폐기·동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체, 미국의 부분적인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이른바 '스몰딜'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 면담 직전인 지난 17일 "우리의 목표는 미국을 향해 어디서든 어느 때든 발사되는 어떤 미사일도 반드시 탐지해 파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이 이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다만 ICBM 해체 수준의 타협은 한반도 문제 당사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만족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 우리정부의 목표는 핵동결이 아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기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가 아닌, ICBM과 미래 핵을 동결하는 '비확산' 수준으로 봉합한다면 문재인정부 외교안보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현재 스웨덴에 머물고 있는 우리 측 협상팀도 북미 실무협상 중재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조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남북미 3자회동이 성사될 경우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요구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문제가 논의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 신년 내신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지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구체적인 결과는 결국 북한과 미국의 협상테이블에서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