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열대>를 쓴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는 생을 마감하기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세상을 괴물로 보고 30년 전의 삶을 그리워했다. 그는 결코 기술발전을 인류의 진보로 보지 않았다.
필자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안방에서 모든 게 해결되는, 참으로 자유롭고 편한 시대라는 말도 많이 듣는다. 그러나 이 시대가 진정 자유롭고 편리할까. 현대인들은 많이 누리고 소비하기 위해 그만큼 돈을 벌어야 한다. 허리가 휠 정도다. 이는 노예 생활과 무엇이 다르랴.
도로를 누비는 수많은 종류의 멋진 자동차들은 또 다른 생각을 들게 한다. 이 자동차들은 사실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제조기’이기도 하다. 개발과 발전을 끝없이 추구했던 현대인들이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지 되돌아볼 때다. 자유로이 거리를 활보하며 신선한 공기조차 마실 수 없는 세상.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하는 답답한 일상. ‘손에는 핸드폰, 얼굴에는 마스크’와 같은 기괴한 풍경들이 줄을 잇는다. 공상영화 속 미래인이 우리의 모습일 줄이야.
인간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1만5000리터의 공기를 필요로 한다. 신선한 공기마저 마음놓고 들이쉬지 못하는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하나. 한국에서 미세먼지 소동이 처음으로 일어난 것은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6월이다. 그로부터 2년7개월이 지났지만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의 정확한 발생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해 주는 것은 고작 핸드폰 긴급재난문자 발송 정도다. 요즘 들어 이 재난문자는 더욱 잦다.
무슨 까닭일까.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아지고 대기가 건조해 자동차나 보일러 등에서 발생한 공해물질이 제대로 흩어지지 않는다. 높은 지역보다도 차가운 대지 근처 공기는 도시의 큰 통에 갇히는 효과를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세미립자가 집중돼 공기오염도를 높이고 때때로 규정선을 초과하게 된다.
프랑스의 경우 미세먼지의 주범은 자동차와 난방이다. 겨울철에 일부 가정에서는 장작·석유난로를 사용하며 이는 대기를 오염시킨다. 장작이나 석유가 탈 때 일산화탄소, 탄소, 탄화수소, 미세미립자, 휘발성 유기물 등 많은 공해물질이 생성된다. 이 물질들은 우리의 건강과 대기의 질을 악화시킨다.
프랑스 대기오염 기술연구센터(Centre Interprofessionnel Technique d’etudes de la Pollution Atmospherique·CITEPA)에 따르면 프랑스 미세먼지의 39%가 장작난로에서 발생한다. 가정용 석유난로는 연료 중 가장 공해물질이 많은 난방 기구다. 전기난로는 오염물질을 유발하지 않지만, 전기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석탄 등이 사용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
프랑스는 2013년 12월 파리가 미세먼지로 덮이자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원인(차량과 난방, 산업활동)을 규명하고 대책을 내놨다. 시민들 또한 미세먼지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겠다는 의식이 높아져 보호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도심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전동자전거를 탈 때 마스크 착용은 이제 필수다. 대기 중에 있는 미세미립자, 바이러스, 박테리아, 알레르겐, 매연, 꽃가루, 먼지 등 독성 미립자를 여과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된 보호 마스크 상품들도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 국가에서는 이 보호마스크를 엄격한 기준에 따라 생산한다. EU가 규정한 기준에 따라 독립기관이 철저히 검사하고 승인한다. 보호마스크의 유형, 여과 수준, 내구성 등을 엄격한 조건에서 테스트한다. 미세한 크기의 미립자를 저지하는 필터가 많이 장착된 마스크가 미세먼지 방지용으로 가장 좋다. VOG 마스크는 필터를 갈 필요가 없고 R-PUR 혹은 RESPRO는 필터만 갈면 마스크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매우 질기고 효과적인 이 마스크 보호막은 몇 개의 여과층으로 구성돼 있고 호흡 밸브도 한두 개 장착돼 불편함 없이 최대한 자유로이 호흡할 수 있다. 이 여과층은 대량의 미세먼지를 방지하고 추출밸브는 호흡을 유연하게 하며 습기 배출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 국민도 요즘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일상화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착용하는 보호마스크가 엄격한 기준을 거친 것인지 자세히 알 수가 없다. 시중에서 파는 마스크 중 어느 것이 효과적인지 소비자가 구분하기 어렵고, 일부는 화학물질이 포함된 것들도 있다.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보호하고자 마스크를 썼는데 도리어 건강을 해친다면 이러한 비극이 또 어디 있을까. 정부가 나서서 EU처럼 보호마스크 기준을 규정하고 독립기관에 의해 심사를 받도록 하라. 그리고 보호마스크가 상업화돼 일부 기업의 돈벌이가 되지 않도록 정부의 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보호마스크가 필수가 되어버린 이 시대, 국민들이 저렴하고 질 좋은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라.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