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정경제 장관회의를 주재한다. 연초부터 이어오고 있는 경제 행보의 연장선상이다. 제대로 된 기업혁신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건강한 관계 구축을 위한 '공정경제'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강력한 추진 의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청와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공정경제 장관회의이자 새해 첫 경제장관 회의다.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인사들도 두루 참석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9일 서울 코엑스에서 '공정경제 전략회의'를 한 차례 주재한 바 있다. 당시 행사에는 당정청 인사뿐만 아니라 대·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민간영역도 폭 넓게 참석한 일종의 대국민 정책콘서트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명칭이 '전략회의'에서 '장관회의'로 변경됐고, 참석자들도 주무부처 장관들과 여권 핵심관계자들로 압축되면서 실무적인 성격이 강해졌다는 평가다.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기업지배구조 개선 △갑을문제 해소 △상생협력 △소비자권익 보호 등에 대한 실무적인 점검과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경제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과 함께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이루는 경제정책 3대 축 중 하나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공정경제를 기반으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시키면서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도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큰 틀은 문 대통령 머릿속에서 한 번도 지워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올해 정책기조로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성과'를 내세우고, 최근 '혁신성장'과 '기업활력', '혁신투자' 등을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가면서 상대적으로 공정경제에 대한 관심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의 경우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에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일부 기업이 우려하고 있는 대목도 있다. 법 개정보다 시장의 자율적 감시 기능 통해 기업이 변화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정부의 '공정경제 드라이브'에 우려 목소리를 제기하는 등 경제계의 반발도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결국 이번 회의는 문 대통령의 소득·혁신·공정 3대 축이 함께 가야 한다는 평소 경제철학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정경제가 단순히 '기업 옥죄기'가 아닌 △기업들의 혁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건강한 관계 구축 △각 경제 주체의 상생 등을 위한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와 동시에 경제활력 제고와 정책성과를 강조하면서 일종의 균형점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