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를 상대로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안태근 전 검사장에 징역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인 판결이었고, 성추행 혐의도 인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불구속기소된 안 전 국장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이 검찰 내 성추행 사실이 널리 알려진 사실을 인식했을 것"이라며 "계속해서 검찰 내 불거질 경우 향후 방해방을 것을 우려해 인사상 불이익을 줄 의도가 충분히 있었다"고 판단했다. 안 전 검사장은 법정 내에서 선고 직후 항소 의지를 밝혔다.
서 검사가 이미 언론을 통해 안 전 검사장에 대해 “무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한만큼 이번 판결이 예상치 못했다는 평이 따르고 있다.
안 전 검사장의 사건 조사를 위해 출범한 ‘성추행 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 회복 조사단’의 단장을 맡았던 조희진 전 검사장은 “조사단이 기소할 때 안 전 검사장과 다른 검사들이 인사보복에 대해 모두 부인해 직접증거가 없어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당시 제반 정황과 기록 통해 간접증거를 최대한 수집했고 이번에 법원에서 고심을 많이 했겠지만 간접증거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며 “서 검사와 조사단이 갈등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 인권이사를 맡고 있는 서혜진 변호사도 “공소사실에 공소시효가 지난성추행이 제외된 직권남용 혐의만 포함됐지만 성추행에 분노한 국민들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또 서 변호사는 “검찰에서 일어난 성희롱 사건이었지만 전형적인 직장 내 성희롱이며 피해자가 이렇게 오래 버티는 경우가 드물다”며 “상사가 인사권을 남용해 인사상 불이익을 끼친 행동에 경각심을 주는 판례로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검사는 오는 2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 회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검사장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기자회견에는 서 검사와 변호를 맡았던 서기호 변호사가 참석한다.
안태근 전 검사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구치소 행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