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장관 "상법 개정, 기업 옥죄기 아니다"

"검경수사권 조정, 균형 있게 가야"…"양승태 구속 참담"

입력 : 2019-01-25 오후 4: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 옥죄기'가 아니며 지배 구조 투명성 위주로 기업을 평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25일 "상법 개정안 관련해 경제계 반대가 심한데 이미 경제단체 4곳과 간담회를 마쳤고 입장을 종합해주면 확실히 검토하겠다. 기업에서 제일 반대하는 게 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위원 분리 선출·다중대표소송제 등인데 이견만 있는 상황은 확실히 아니"라며 "'기업 옥죄기'라고 하는데 경제가 좋아지면 왜 찬물을 끼얹냐고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기업 가운데 세계적으로 평가받은 곳도 있지만, 아시아에서 기업지배 구조 투명성은 최하위다. 세계는 지배 구조 투명성 위주로 기업을 본다"며 "어느 정부가 기업을 망하게 하려고 하겠나. 무조건 상법 개정이 안 된다고 하는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도 만났으니 기다려 봐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해 기업 투명성 확보 및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상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집중투표제를 비롯해 이사 선임 단계에서 감사위원 1명 이상을 분리해 선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모 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낼 수 있게 하는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법무부 주요 상법 개정안 내용이다.
 
지난해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며 강력한 규제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대응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많은 젊은이가 망했겠느냐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해야 했다. 그때 끊지 않았으면 정부는 뭐 했느냐고 그랬을 것"이라며 "투기로 인해 신분 상승 기회가 생기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런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당시 암호화폐 관련해 청와대와 이야기가 안 됐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만났다"고 말했다.
 
검·경찰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수사권 조정이 어려운 일이지만 한쪽이 너무 강력해져서 기울어진 상태로 가지 말고 지금보다는 견제와 균형 등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자는 것"이라며 "저는 검·경 출신이 아니라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줘야겠다는 생각보다 수사조직 장래를 생각한다. 검찰이 크게 악화하거나 경찰이 크게 강화된다는 평가는 잘못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많았는데 전직 대법원장이 재판으로 구속됐다는 점에서 참담하다.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전례가 있었지만,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성심성의껏 잘 보살피라고 지시했고 불필요하게 포승줄·수갑 등을 채우는 것은 줄여야 한다. 제 지시로 이명박 전 대통령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은 것에 대해서 "검찰의 포토라인·심야수사·피의사실공표가 없어져야 한다는 게 제 지론이다. 포토라인에서 필요한 질문이 있을 때도 있지만 대답을 절대 안 하는데도 질문을 던지는 게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최근 외압 논란이 불거진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 관련해 "내부적으로 제가 수사 방향을 이야기한 적이 없고 외부위원을 결정해 계속 운영하고 있다. 김갑배 위원장이 더 못하겠다고 저에게 얘기했는데 조사 기간이 다음 달 말까지 연장됐으니 조만간 만나서 이 기간까지만 맡아달라고 다시 부탁할 계획이다. 막바지 단계이니까 조사를 끝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검찰 수사 관련해서는 "'사법농단' 수사가 막바지인데 이게 끝나면 피해자가 많은 다단계·유사수신·보이스피싱 등 민생 수사로 돌아와야 한다. 직장 및 웹하드 등 다양한 유형의 성범죄도 챙겨야 한다"며 "정치권에서 고소·고발이 남발하는데 소모적인 싸움은 그만해야 한다. 다 검찰로 가는데 서울중앙지검 사건이 너무 많다. 이번 인사에서는 형사부 인원을 보강해 강화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에게 부당한 인사 조치를 내리는 데 관여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놀란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체육계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시스템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벌 강화 등 법무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봐야 하지만 엘리트 스포츠의 폐해인 갑과 을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처벌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일절 특별 사면 관련해서는 "보통 삼일절과 광복절 사면했었는데 사면하든 안 하든 요청 자료를 뽑아놓고 검토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재 관련 자료를 각 부처로부터 받고 있고 사실관계를 확실히 조사해 보강하고 있는 시점으로 재판이 끝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음주운전·사기·가정폭력·성범죄는 상습·습관적인 범죄로 사기 치는 사람은 석방되거나 교도소 안에서도 사기를 친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사망하면 한 가정이 파괴되는데 그런 죄를 짓는 사람들에 대해 가석방을 전면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해 올해 좀 더 강하게 밀어붙일 계획이다. 검사들에게 그래야 선고형이 따라온다고 법정최고형을 구형하라고 지시했다. 음란 동영상을 올리는 웹하드 업체 등의 범죄 수익도 제대로 환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정시설 관련해서는 "과밀 수용이 가장 큰 문제로 일본은 10명 들어갈 곳에 6명을 두는 데 우리는 12~13명을 수용한다. 검찰의 기소가 너무 많고 기소권 남용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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