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음악은 무의식 속에 잠자던 감정을 불러내는 힘이 있다. 가령 가수 노이즈의 '상상속의 너'가 흘러나오면 초등학교 교실이 생각나고, 성시경의 '축가'를 들으면 풋풋하게 연애를 했던 설렘이 떠오른다. 그래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어폰을 꽂으며 음악을 종종 들으려 한다. 지금을 기억 속에 남기고 싶어서다. 예전에는 CD플레이어, MP3플레이어 등 음악을 손수 찾아 들어야 했지만 요새는 다양한 음악 스트리밍서비스를 통해 손쉽게 들을 수 있다. 감정의 저장소를 쉽게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스트리밍서비스 중 가장 최근 출시된 SK텔레콤의 플로(FLO)를 사용해봤다. 무제한 스트리밍 월정액(6900원)이나 다운로드 포함(월정액 8900원) 요금제로 이용할 수 있다. T멤버십 할인을 받으면 최소 금액 3450원에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멤버십 VIP 기준으로는 매달 300곡의 스트리밍이 무료로 제공된다.
FLO에서 나를위한 FLO, 드라마 OST, 퇴근길 팝 등 플레이리스트를 세분화할 수 있다. 사진/FLO 앱 캡쳐
우선 FLO 애플리케이션(앱)에 캐릭터를 만들었다. 출퇴근 음악 듣기 용이다. 실시간 차트 기반과 최근 시청하고 있는 드라마 OST 음원들로 구성했다. 또 다른 하나는 아이와 외출했을 때 들려주는 용도로 만들었다. 설정한 캐릭터별로 감상 이력이 축적되니 음악을 듣던 도중 원하지 않는 음악이 나와 넘기거나 새로운 음원을 찾는 일이 줄어들었다. 이용자 아이디 하나당 최대 3개까지 캐릭터를 만들어 분리할 수 있다. 캐릭터별로 감상 이력이 분리 축적돼 다른 음악이 추천되고 서비스 화면도 바뀐다.
플레이리스트가 세분화된 것도 편리했다. △실시간차트 △나를위한 FLO △아티스트 FLO △기분전환에는 신나는 힙합 △애절한 감성의 국내 드라마 OST 등으로 구분돼 있다. 나를위한 FLO는 내가 주로 듣던 아티스트, 음악 장르 기반으로 음악이 추천됐다. 플레이리스트가 다양하다 보니 듣기 싶은 음악을 하나하나 담아 리스트를 만드는 수고가 덜어졌다. FLO 앱을 사용한 지 한달이 채 안됐기 때문인지 내 취향과 맞지는 않는 곡들의 추천이 이어진 것은 옥의 티다.
다양한 테마별 추천 음악 듣기도 테마에 적합한 음악들로 채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음악에디터의 성향은 꽤 마음에 들었다. 귀에 거슬리는 노래가 없어 넘김 없이, 틀어주는 대로 듣기 적당했다. 가령 새벽에 듣기 좋은 음악도 △감미로운 음색의 남성 발라드 △분위기에 젖어드는 감성 그루브 △새벽에 혼자 듣는 센티한 팝 △쓸쓸한 밤 당신을 채워줄 노래 △부드러운 음색의 포크 팝 등으로 구분해 각 25곡씩 재생되도록 꾸며졌다. 선택을 폭넓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하기도 했고, 성격에 맞게 구색도 갖췄다.
다만 스마트폰 화면을 고려하지 않은 사용자인터페이스(UI) 디자인은 아쉬웠다. 사진 위주로 각 앨범을 구성해 시각적인 접근 편의성은 높였지만 테마별 앨범을 고를 때는 가로로 밀어 찾아야 했다. 가령 최신음악, 새벽에 듣기 좋은 음악 등 전체적 콘텐츠는 세로로 밀어 보면 되지만 최신음악 카테고리나 새벽에 듣기 좋은 음악 카테고리에서 앨범을 찾을 때는 가로로 밀어 찾아야 해 가독성이 떨어졌다. 최근 세로로 길어진 스마트폰에 맞춰 세로형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것과도 대비된다. 보는 음악이 대세를 이루는 시점에 뮤직비디오 등 연동 없이 소리에 집중하는 것도 옛날 음원사이트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뮤직이 각 노래별로 뮤직비디오를 제공하는 것과도 차이가 난다.
FLO의 색은 명확하다. 개인 맞춤형 음악 비서다. 나를 위한 학습 시간이 필요하듯 FLO도 음악 추천을 위한 시간은 필요한 듯하다. 직관적이지 않은 UI는 다소 아쉽지만 이 모든 것은 개인의 취향일 뿐. 나만의 DJ가 필요하다면 스마트폰에서 한번쯤 틀어볼 만하다는 의견이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