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한국은행이 작년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둔화 우려가 지속되면서 가계대출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장기금리가 하락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018년 12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전월 대비 0.02%포인트 하락한 3.61%로 집계됐다. 작년 11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2017년 12월(3.6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의 한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홍보 문구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한은이 작년 11월말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렸으나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이는 장기 시장금리가 하락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단기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민감하지만, 장기 시장금리는 경기 전망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3.19%)과 집단대출(3.23%) 금리는 각각 전월대비 0.09%포인트, 0.07%포인트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17년 2월(3.19%) 이후, 집단대출 금리는 2017년 9월(3.22%) 이후로 가장 낮아졌다.
지난달 은행채 5년물 금리는 2.09%로 전월대비 0.17%포인트 하락했다. 2017년 6월(2.08%) 이후 최저였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단기 시장금리는 올랐지만 주담대 주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하락하면서 가계대출 금리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단기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아 대체로 상승세를 보였다. 가계의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전월대비 0.08%포인트 오른 4.64%를 나타냈다. 2015년 3월 4.75%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91일물)는 전월대비 0.20%포인트 상승한 1.91%, 코픽스 금리는 전월대비 0.07%포인트 오른 1.95%를 나타냈다. 은행채 3개월물 금리도 1.87%로 전월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기업대출 금리도 단기물과 연동해 오름세였다. 지난달 기업대출 금리는 전월대비 0.08%포인트 오른 3.77%로 집계됐다. 대기업(3.50%), 중소기업(3.98%) 금리가 각각 전월대비 0.08%포인트, 0.11%포인트 올랐다.
가계·기업·공공 및 기타부문 대출을 모두 합한 은행의 전체 대출 평균 금리는 3.72%로 0.06%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5년 2월(3.8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 저축성 수신 금리는 2015년 2월(2.04%) 이후 3년10개월 만에 2%대로 올라섰다. 지난달 은행 저축성 수진 평균 금리는 2.05%로 전월 대비 0.09%포인트 상승했다. 잔액 기준 예대 금리 차는 2.31%포인트로 전월과 비슷했다.
제2금융권 대출 금리는 전반적으로 하락세였다. 상호저축은행 대출 금리(10.28%)는 0.34%포인트, 신용협동조합(4.82%)은 0.09%포인트, 상호금융(4.14%)은 0.03%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새마을금고 대출 금리(4.50%)만 0.09%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예금금리는 신용협동조합(2.61%), 상호금융(2.26%), 새마을금고(2.56%)에서 각각 0.03%포인트, 0.05%포인트, 0.07%포인트씩 올랐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