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장소발표는 미국 측 실무협상 수석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평양도착 시간에 맞춰 이뤄졌다. 북미 정상들의 회담의지가 강한 가운데 이뤄지는 실무협상에서 양측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27~28일, 베트남'으로 결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국정연설을 통해 밝혔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도 회담 한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장소·일정을 발표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앞으로도 언제든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화답하며 형성된 우호적인 분위기가 회담 성사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비건 대표는 북한 측 카운트파트인 평양에서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회담 의제 조율에 나선다. 포드자동차 부회장 출신인 비건 대표와 과거 북미협상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내부에서 외무성 전략통으로 내공을 길러온 김 전 대사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향방을 가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내용을 채우는 중책을 맡아 마주했다.
정상회담 날짜·장소가 발표된 것은 비건 대표와 김혁철 전 대사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회담까지 고작 3주 남은 시점에서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치열한 지략대결을 벌여야 해서다. 특히나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양 측이 내놓은 개괄적인 합의를 구체화하고 지속적인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의 동력을 유지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비건 대표와 김 전 대사는 세부적인 내용 하나하나를 놓고 치열한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건 대표의 정확한 귀환 시점이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관건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플러스 알파', 이에 대한 미국 측의 상응조치를 어느 수준에서 매듭지을지 여부다. 이와 관련 비건 대표는 최근 미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당시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으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파기를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직접 언급한 '영변 핵시설 폐기의향'을 뛰어넘는 조치다. 북한의 플루토늄·우라늄 농축시설 폐기와 핵 관련 시설의 포괄적 신고 및 해외 전문가들의 사찰·검증, 핵물질과 무기·미사일·기타 대량살상무기(WMD) 제거·파괴로 이어지는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며 미국이 기존에 내세운 '동시적·병행적 조치'를 기조로 삼을 것임을 확인했다. 정상들의 대화의지와 별도로 실무 선에서의 협상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상응 조치에 있어서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제재 해제 또는 완화가 최대 쟁점이다.
반대로 실무협상이 큰 이견 없이 끝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초 판문점에서 열릴 것으로 보였던 실무협상 장소가 평양으로 변경된 것은 이미 막후협상에서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뤘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비건 대표의 김 위원장 접견 여부가 실무협상 성과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차 방북을 통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고위급회담을 했지만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불발되며 이른바 '빈손 방북'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실무협상에서 성과를 낼 경우 2차 북미 정상회담 기간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트남행 가능성도 현실화될 수 있다. 다만 그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비건 대표와 김 전 대사 간 실무협상이 주로 북미관계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기에 남북미중 4개국이 참가하는 종전선언을 2월 말 실현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행 가능성을 놓고도 실무협상에서 그 정도까지 이야기가 진척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을 나서고 있다. 비건 대표는 곧장 오산 미 공군기지로 향해 준비된 비행기를 타고 방북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