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의 축제 중 비리 행위에 대한 감사결과가 지난해 10월 공개됐다. 실제 감사기간은 같은 해 1월부터 4월까지지만 결과공표는 6개월이나 지나서야 군홈페이지에 게시됐다.
물론 7월부터 10월 사이에 치러지는 부여서동연꽃축제와 백제문화제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지만, 감사결과를 뒤늦게 올리면서 지난해 연꽃축제와 백제문화제는 장소만 변경된 채 과거의 시스템 그대로 진행됐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반영이 된 것인지, 축제 자체의 결과에 대한 문제점이 발생된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최우수축제 선정을 노리던 부여서동연꽃축제는 ‘우수축제’도 지키지 못한 채 ‘유망축제’로 떨어졌다. 백제문화제도 이렇다 할 볼거리를 부각시키지 못했고, 주차편의를 요구하는 지역민들의 성화에 못 이겨 장소를 이전했다가 방문객 50만으로 곤두박질 쳤다. 결국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며 실패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축제는 매년 업자들의 볼멘소리로 가득 찼다. 지역 내 입김이 작용해 특정 업체들로 일이 편중되기도 했고, 공무원과의 친분관계로 인해 편중된 계약이 이뤄졌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대부분 씁쓸한 소리를 뱉는 이들은 지역에서 이벤트나 시설업체를 운영하는 곳들이었다.
10년 가까이 조명을 설치하는 업자가 있는가 하면, 감사결과에서 드러난 것처럼 연예인 섭외부터 각종 행사 진행을 한 업체가 도맡기도 했고, 계약이 편중되는 게 눈에 뜨일 것 같으면 하청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백제문화제의 흠으로, 제례와 불전행사의 보조금 방만 사용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완력작용이 강한 종교단체의 압박으로 1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수년 간 집행했고, 논란이 지속돼 경찰이 내사까지 벌였다.
특히, 보조금으로 구입한 물품은 정작 사용하지도 않은 정황까지 보였으나 이에 대한 특정감사나 보조금 회수 등은 시도도 하지 않았다. 반면에 제례행사를 치르는 각 단체들은 부족분을 십시일반으로 채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연예인 동원에 예산이 투입되느라 백제문화제의 시원인 제례는 찬밥신세가 됐다.
이런 문제들이 지속된 것은 축제에 보조금을 받는 주체인 백제문화선양위원회와 부여서동연꽃축제추진위원회가 위원들만 있을 뿐, 민간으로 구성된 사무국이 없어서다. 실제로 계획수립부터 진행, 마무리까지 공무원들이 주관하면서 지역과 관광객들이 합의된 축제를 치르는데 한계를 보였다. 민주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구조를 안고 있는 것이다.
관광객도, 지역민도, 공무원도 피곤할 수 밖에 없는 행사가 ‘축제’라고 불릴 수 있을까? 이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김종연 충청지사 부장(kimsto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