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사법농단' 의혹 최정점에 섰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약 8개월이 지난 11일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기간이 오는 12일 끝나는 만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전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신병처리를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크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구속된 피의자를 구속한 날로부터 최장 20일 이내에 재판에 넘겨야 한다. 11일은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처음 소환된 지난달 11일 이후 딱 한 달이 지난 시점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함께 재판에 넘길 계획이며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서도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 이들 4명에 대한 기소 이후 이번 의혹에 연루된 법원행정처 출신 부장판사 및 일선 판사들의 신병 처리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1일 자택 앞에서 "재판 거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으나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수사 의뢰가 있고 난 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6월 특수부 출신 검사들을 대거 투입한 매머드급 수사팀을 꾸리며 수사에 매진해왔다.
검찰 수사는 수사팀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들이 법원에서 잇달아 기각되며 난관에 부딪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법원 영장 기각 시마다 기각 사유를 외부에 공표하며 부당성을 강조하고 법원과 날을 세웠다. 수사를 돕겠다던 법원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검찰이 계속 반발하면서 검찰과 법원의 지루한 힘겨루기가 계속됐다.
임 전 차장 외에 박·고 전 대법관과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는 궤도를 잃었다. 최고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도 불투명했으나 법원은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첫 검찰 조사 때부터 자기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는 만큼 이제 검찰은 법정 안에서 양 전 대법원장 측과 치열한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재판 진행 중 재판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변호인단이 모두 사임한 임 전 차장과 병합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이 함께 법정에 서는 장면이 나올 수도 있다.
'사법농단' 본류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임 전 차장 추가 기소 때 드러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 이군현·노철래 전 자유한국당 의원 등 재판 개입 의혹을 받는 정치인 등의 검찰 수사 여부도 관심이다. 검찰은 법원 내부자들의 기소가 완전히 끝나는 대로 내달 중 이들에 대한 수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승태(가운데)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끝나자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