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5G 원년을 맞이하는 부품사들의 표정은 밝다. 통신장비부터 디바이스에 이르기까지 업계 전반에 일대 혁신이 예고되며 관련 부품들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5G 서비스 상용화에 1차적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곳은 통신장비 부품 제조사다. 국내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5년간 5G 네트워크, 기지국, 부품 등에 약 20조원이 투자될 것으로 추정한다. 대형 기지국에 주로 사용되는 원격무선장비(RRH), 소출력 기지국 '스몰셀'에 쓰이는 안테나, 트랜지스터, 다층인쇄회로기판(MLB) 생산업체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5G 상용화를 발판으로 지난해 1분기 5.5%에 그쳤던 네트워크 장비 시장 점유율을 오는 2020년 20%까지 끌어올리려 한다.
지난해 12월1일 0시 경기 성남 분당구 SK텔레콤 '네트워크 관리센터'에서 열린 5G 출발 기념 행사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명동에 있는 직원과 삼성 5G 스마트폰으로 첫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초고속, 초저지연, 초광대역을 특징으로 하는 5G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디바이스의 사양이 고도화되고 있는 점도 부품사들에게는 긍정적이다. 대표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반도체·적층세라믹콘덴서(MLCC)·카메라·배터리 등 기본 부품들은 탑재 수량이 증가하거나 고성능 제품이 새로 채용된다.
반도체는 스마트폰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핵심이다. 테리 차오 대만 반도체장비재료협회장은 "인공지능(AI)과 5G 애플리케이션 칩 수요가 향후 3~5년 내 세계 반도체 업계의 주요 성장 동력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종전 대비 연산 속도를 7배 개선한 엑시노스 9820을 공개했다. 4세대 자체 싱글 코어를 적용해 3세대 대비 성능을 20%가량 높였고, 전력효율은 약 40% 개선했다.
반도체와 함께 '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도 고사양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몰릴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5G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MLCC가 기존 대비 20~30%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MLCC 시장 세계 2위인 삼성전기가 영업이익 1조클럽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다.
삼성전기의 수혜는 카메라 모듈에서도 예상된다. 5G 시대에 진입하면서 스마트폰 '눈'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LG이노텍도 마찬가지다. 한화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모바일 3D센싱 카메라 탑재량은 2017년 3000만대에서 2020년 4억6000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후면 듀얼카메라 채용률은 지난해 30%에서 내년에는 4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LG이노텍은 지난 15일 2821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알렸다. 투자 대상은 모바일용 카메라모듈 분야 등이다. 회사 측은 "광학솔루션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함"이라고 투자 목적을 밝혔다.
5G 시대 개화와 함께 폴더블폰 등 폼팩터(제품 형태) 혁신이 수반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의 기대도 크다. 폴더블폰 시장이 확대로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나는 분야가 디스플레이라는 것. 패널을 생산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폴더블폰에 쓰이는 투명 폴리이미드(CPI) 필름을 생산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등도 이익이 예상된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