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현대오토에버(이하 오토에버) 상장 절차가 진행되면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경영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 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오토에버를 상장 시킨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다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가 합병하는 방식을 예상했다. 하지만 구주매출 중 정 부회장의 지분 50%(201만0000)가 포함되면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19일 오토에버에 따르면 이번 상장에서 공모주식수는 일반공모 280만8000주, 우리사주조합 배정 70만2000주 등 모두 351만 주다. 신주 모집 34만7580주(9.9%)와 구주매출 316만2420주(90.1%)로 이뤄졌다.
구주 매출 316만2420주 중에서 정 부회장의 보유량은 201만주로 지분율은 63.6%다. 정 부회장은 상장 이후 201만주의 보통주(상장 후 9.57%)를 보유하게 된다. 오토에버 지분 정리로 정 부회장은 모비스 주식을 사들이기 위한 실탄확보와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문제 해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오토에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규제 대상에서는 벗어나지만 정 부회장이 20%에 육박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상장 후 정 부회장의 지분율은 9.57%가 되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워진다.
이번 상장에서 주목되는 점은 정 부회장이 보유지분 절반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일감몰이주기 문제를 해결을 위해서라면 절반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 아울러 보유지분 절반을 정리하면서 오토에버와 현대글로비스 합병 효과는 반감됐다.
따라서 오토에버 지분 정리는 정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모비스 주식 직접 매입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이 이번 상장으로 거둬들이는 돈은 최소 804억원에서 최고 884억4000만원이다. 향후 현대오토에버 주가 흐름이 좋다면 추가로 1000억원 이상을 거둘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오토에버 상장에 이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지분차익을 끌어올릴 수 있다. 오토에버 상장을 계기로 주력 계열사 기업공개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의 배경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정 부회장이 오토에버를 상장한 뒤 나머지 보유지분도 팔아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러면 수조원의 돈이 필요하지만 절차상 어떠한 잡음도 나오지 않는다. 반면,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처럼 여러 잡음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이용해 합병비율을 조작했다며 비난을 사고 있다. 이것이 원인이 된 것은 아니지만 현대차도 지난해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무산된 바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이미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무산된 만큼 또 다시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며 "현대모비스 지분 직접 매입은 금전적 부담이 크지만 현대차그룹의 위치상 사회적 이견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