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집안 사정 등으로 한글도 못 익힌 만학도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초등·중학 졸업장을 받는다.
시교육청은 21일 오후 서초구 방배동 서울시교육청교육원수원에서 2018학년도 초등·중학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이수자 854명이 참여하는 제8회 졸업식을 연다고 20일 밝혔다.
‘초·중 학력인정 문해교육’은 저학력·비문해 성인에게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뿐 아니라 생활 문해 능력을 갖추게 하고, 학력 취득의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2011년 전국 시·도교육청 중 최초로 ‘초·중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3856명이 졸업했고, 올해는 54개 기관에서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초등 656명, 중학 198명 등 총 854명이 졸업장을 받는다. 졸업장을 받는 이수자는 60대 32%, 70대 50.8% 등 50~80대의 장·노년층이 97%다.
92세로 최고령 졸업생인 이순섬씨는 학습에 적극 참여하고 학업 성취가 높은 우수 학습자로 인정받아 교육감 표창을 대표 수상하게 된다.
다른 학습자들도 못 배운 한을 풀려고 늦은 나이에도 공부에 매진한 사연들이 있었다. 허인순 초등 졸업자(69)는 2년 동안 수업하던 도중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지만, 학습을 멈추지 않았다. 공부를 힘든 항암치료 와중에 정신적인 치료제로 여기고, 항암치료가 없는 날에 수업에 참여했다. 앞으로 중학교 과정도 도전할 계획이다.
연병희 학습자(70)도 6남매 맏이로 태어나 동생을 돌보느라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했다. 연씨는 "인생 칠십을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기가 지금 이 시간인 것 같다"며 "아들을 낳았을 때도 아니고, 자식이 결혼할 때도, 대학원을 나왔을 때도 아니고, 손주를 보았을 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초등·중학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올해 77개 기관을 설치·지정해 성인 학습자의 계속교육을 위한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에서는 2844명이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17학년도 문해교육 초등·중학과정 학력인정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에게 학력인정서를 수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