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정부가 작년 저소득층과 한부모 가정 등 복지 취약계층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수십조원을 투입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작년1분기 부터 악화한 소득 분배 지표는 4분기에도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다. 정부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21일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소득분배와 관련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사진/기획재정부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4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5.47배로 4분기 기준 역대 최악이다. 뼈아픈 대목은 1분위 가계소득이 17.7%감소한 반면 5분위 고소득층은 10.4% 늘었다는 점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엇나간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작년 내내 연속됐다는 점이다. 1분기 5분위 배율은 5.95배로 같은 분기 역대 최대였고, 2분기와 3분기도 각각 5.23배, 5.52배로 분기 최대 수준을 이어갔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그동안 추진해 온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꾸준히 밝혀왔지만 긍정적인 시그널은 감지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에 정부도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소득분배와 관련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소득분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고령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와 소비패턴 및 일자리 수요 변화 등 우리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해 나가겠다"면서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활력 제고, 규제개혁, 산업혁신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새로운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올해 예산과 기존 경제정책방향 등을 통해 마련한 기초연금 인상과 노인일자리 사업 확대, 실업급여 인상, 기초생보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 기존에 발표한 저소득층을 위한 맞춤형 사회안전망 확충 패키지 사업들을 차질없이 집행해 나가자는 수준에 그쳤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공적자금의 확대가 경제 회복 없이는 사실상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4분기 1분위 계층을 보면 공적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사회수혜금 등으로 구성한 이전소득이 1년 전보다 11.0%나 증가했지만 실제 소득은 각각 17.7% 감소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근로소득이 36.8%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투입만으로 저소득층을 보호할 수 없다는 반증이다.
상황은 이렇지만 정부는 여전히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통계청의 가계소득발표 직후 명목소득이 3.6% 증가하고 실질소득도 1.8% 늘었다고 주장했다.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도 증가세를 이어간다고 자화자찬 했지만, 이러한 통계는 3~5분위 계층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사실상 부자들 지갑만 채웠다는 점을 강조한 꼴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1분위 이전소득이 11.0% 증가에 그친 상황에서 오히려 3분위 17.8%, 4분위 23.4% 등 소득이 높은 층에 더 집중된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오히려 이들의 일자리를 줄이는 등 생활을 더 어렵게 했다는 게 통계로 드러난 것"이라며 "이전소득 증가율이 가장 커야할 1분위보다 3~4분위가 크게 늘었다는 것은 정부의 복지 정책도 효율적으로 집행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