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경기도 용인을 요청한 것은 인재 영입니아 협력업체와의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특수목적회사(SPC) ㈜용인일반산업단지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신청한 부지는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 448만㎡(약 135만평) 규모다. 해당 지역은 △국내외 우수 인재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위치 △반도체 기업 사업장(이천, 청주, 기흥, 화성, 평택 등)과의 높은 연계성 △전력·용수·도로 등 인프라 구축 용이 등의 장점이 있다.
이 중에서도 뛰어난 우수 인재 영입 환경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첨단 기술이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서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우수 인재들을 놓고 치열하게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원사 244개사 중 약 85%가 서울과 경기권에 위치하고 있다. 용인에 신규 부지가 조성되다면 실시간으로 유기적 협력 관계가 가능해진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개발 및 생산 전 과정에서 제조사와 장비·소재·부품 업체간의 공동 연구개발(R&D), 성능분석, 장비 셋업·유지보수가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입구 모습. 사진/뉴시스
남은 절차는 정부의 결정이다. 용인으로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가 최종 확정되기 위해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르면 용인과 같은 수도권은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을 제한하는 공장건축 총허용량제가 적용된다. 총량 규제가 적용되는 지역에 공장을 건설하려면 국토교통부장관이 위원장인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이를 승인해야 한다.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청 내용을 검토해 조속히 입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최종 입지를 확정하면 클러스터에 입주할 기업들이 추려질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된 것이 없는 만큼 아직까지 관련 업체들에 전달된 사항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클러스터에 얼마만큼의 혜택을 제공할 것인지가 입주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입주 희망 기업들을 대상으로 추첨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실패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균형발전을 어긴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달호 구미상공회의소 경제조사부장은 이날 SK하이닉스의 발표 직후 "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더 풀어서는 안되고 공장 총량제도 준수해야 한다"며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지방 기업과 근로자에게 혜택을 주는 획기적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시의회도 성명을 통해 "SK하이닉스의 용인시 입주는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지향하는 현 정부의 기조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공장 총량제를 무시하고 특별물량을 배정했던 지난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SK그룹은 향후 5년간 5대 중점 육성분야에 총 3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구미에 위치한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인 SK실트론에 2년간 9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그룹 사업 전반에 걸쳐 비수도권 지역에 전체 투자의 60%에 해당하는 22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