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정책에 반발하면서 일어난 유치원 보육대란이 우려한만큼은 커지지 않는 모양새지만, 학부모의 걱정은 여전하다.
교육부는 시도별 개학연기 유치원 현황을 4일 발표했다. 이날 정오 기준, 전체 사립유치원 3875곳 중 239곳이 개학을 연기해 6.2%를 기록했다. 이는 3일 정오 381곳과 같은 날 오후 11시 365곳보다 줄어든 수치다. 한유총이 3일 발표한 1533곳과는 4배 넘게 차이나 우려했던 '보육대란'까지는 아니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는 사립유치원이 한유총과 교육당국·학부모·여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유총은 회원 유치원의 자발적인 요청으로 개학 연기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나, 교육부는 한유총 지도부와 지회가 미참여 원장들에게 보복을 예고하는 등 단체 행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의 강경 대처와 국민의 싸늘한 시선도 부담이다. 결국 학부모들이 개학 연기 내지 정상 등원 통보를 늦게 받거나, 아예 연락이 안되는 등 '골탕'을 먹는 사례, 유치원이 학부모에게만 통보하고 교육당국에게는 응답하지 않는 사례가 생겼다.
4일 오전 한 시민이 유모차를 몰고 서울 도봉구 지현유치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서울 도봉구 지현유치원의 경우 이날 개학일이었고 서울시교육청에게는 응답하지 않아 무응답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에야 지현유치원은 개학 연기 철회를 교육지원청에 통보했다.
주변 주민들은 "왜 파업을 하고 그래"라며 유치원의 행태에 혀를 찼다. 25년전 아들이 유치원에 다녔다는 주민 A씨는 "이 곳은 어머니와 딸이 대를 이어 원장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주변 이야기 들어보면 평판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여전히 개학 연기를 지속하는 곳에서는 장기화 우려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개학 연기 유치원이 몰려, 긴급돌봄 최대위기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경기 용인에서는 지난 3일 학부모 200명이 한유총 규탄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를 지원한 교육단체 용인교육시민포럼의 원미선 대표는 "용인 지역은 원래도 다른 유치원에 비해 원비는 몇 배 비싸고, 급식 질은 떨어지는 곳으로 알려져 학부모 불만이 쌓인 상태였다"며 "유치원에 찍힐 것을 걱정하면서도 학부모가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 정부 돌봄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양측이 협의점을 마련해 장기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4일 서울 도봉구 지현유치원에 서울시북부교육지원청의 시정명령서가 붙어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