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5세대(5G) 통신 요금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G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 자금과 대량의 데이터를 소비하는 5G 특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대용량 요금제가 중심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동일 데이터 구간에서 1만원 이상의 요금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한다. 가계통신비 경감 대책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정부가 5G 통신비 상승을 막기 위해 5G 저가 요금제 출시를 요구하고 있지만 통신사는 롱텀에볼루션(LTE) 대비 요금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재신청할 5G 요금제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5일 SK텔레콤이 제출한 5G 이용약관 인가 신청에 대해 요금제가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있어, 대다수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반려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소비할 수밖에 없는 5G의 특성을 고려, 3만·4만원대의 중·저가 요금제 없이 7만·9만·11만원대의 고가 요금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측은 "5G 도입 초기에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얼리어답터가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소 30% 정도 (데이터) 단위당 요금이 낮아지는 것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LTE에서 150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7만9000원 요금제는 5G에서 같은 가격에 30% 용량이 늘어난 200GB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갤럭시 스튜디오를 찾은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갤럭시S10 5G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장에서는 5G 요금제는 데이터 동일 구간에서 LTE 대비 1만원에서 최대 1만5000원까지 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고, 5G 시대에는 가입자당 평균 트래픽이 더 커질 것"이라며 "초기 시장 선점과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요금 전략도 필요하지만 요금 인상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2016년 1월 국내 LTE 이용자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4.1GB 수준이었지만 올 1월에는 8.1GB로 늘어났다. 5G가 상용화되면 데이터 사용량은 지금보다 3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에릭슨엘지는 모빌리티 보고서를 내고 2024년에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21GB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통사들은 이동통신 기술 진화에 따라 요금이 상승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기술 도입에 따른 투자가 반영된 결과다. 2G 시대에는 문자와 음성 중심의 1만~2만원대가 대부분이었고, 스마트폰 출시 이후 데이터 요금이 포함되면서 3만원을 넘었다. 3G 시대 후반에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나오면서 월 5만5000원까지 뛰었다. 이후 LTE 시대에는 6만원대로 높아졌다.
5G 단말기를 구입할 소비자 입장에서 통신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령 100GB를 제공하는 통신요금(6만9000원)으로 LTE모델인 갤럭시S10 512GB(129만8000원)를 24개월 약정으로 사용할 경우 월 단말 분할상환금 5만7470원과 25% 선택약정 할인 후 월 5만1730원의 통신비가 소요된다. 매달 10만9200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같은 조건에서 갤럭시S10 5G를 사용할 경우 예상 출고가 150만원을 포함해 5G 요금제가 최소 1만원 높아진다고 가정할 경우 13만원가량의 통신비가 발생한다.
시민단체는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와 이통사의 영업이익 수준을 고려하면 5G 서비스 요금이 인상되면 안 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5G 가계통신비 관련 토론회에서 "5G 서비스 준비에 비용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축적된 초과 영업이익과 가계 통신비 부담 문제를 고려해 요금을 인상하려는 시도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5G 시대에 고가 요금제 중심으로 설계해 이용자 차별을 악화시키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