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전두환씨가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이 벌어진 광주 땅을 11일 다시 찾았다.
전씨는 이날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사자명예훼손 혐의 공판 시작 두 시간 전 법원에 도착해 포토라인을 그대로 지나쳤다. 전씨는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고 말한 뒤 법정으로 향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최근 "남편은 민주주의 아버지"라는 망언으로 논란을 낳았던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승용차를 타고 광주로 출발했다. 이씨는 동석신청으로 함께 재판을 지켜볼 예정이다.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했었던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서술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하지만 전씨는 "서울에서 재판에 참석할 수 있게 해달라"며 재판부에 이송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두 차례 더 재판기일이 연기된 끝에 지난해 8월27일 첫 공판이 열렸다. 전씨는 하루 전 "2013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불출석했다.
이후 전씨는 지난해 9월21일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담당 이전 신청을 냈으나 광주고법과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1월7일 재개된 재판에서는 독감·고열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에 재판부는 11일 구인장을 발부해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고 마지못해 전씨가 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10개월 가까운 공전 사태를 끝냈다.
앞서 법원은 재판 당일 보안 강화를 위해 법정 앞 보안검색대와 통제선 등을 설치하고 이전처럼 경찰 기동 80여명을 법정 안팎에 배치할 것을 요청했고 경찰은 여기에 추가로 5대 중대를 동원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전씨는 12·12 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1997년 4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형이 확정됐다가 그해 12월 특별사면됐다.
한편 최근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과 지만원씨가 5·18 민주화운동 모독 발언으로 논란을 낳으면서 유가족들을 비롯해 시민단체 등이 이들의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고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왼쪽)씨가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을 받기 위해 부인 이순자씨와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