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미국 국무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통해 "북한 정부가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살인을 자행했다는 수많은 보고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보고서에 포함된 "북한 주민들이 정부의 지독한 인권침해에 직면했다"는 대목은 빠졌다.
국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가 여러 실종사건들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으며 여러 수감시설에서 고문이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범수용소 등 북한 내 수감시설들의 여건이 매우 열악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도 했다. 북한 법률이 자의적 체포와 구금을 금지하고 있지만 북한 정부는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구금자가 구금의 적법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장치가 없다는 점도 비판했다. 마이클 코작 국무부 민주주의 인권·노동담당 대사는 "북한 인권은 세계최악 중 하나"라며 “북한 인권에 있어서 어떤 진전도 목격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같은 관행을 지적하고 계속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년도 보고서에 포함했던 '북한 주민들이 지독한 인권침해에 직면했다'는 표현은 삭제했다. 이에 대해 국무부는 "전반적인 내용에 변함이 없으며, 보고서 형식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인권문제에서 북한 정권의 책임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가 삭제되는 등의 변화도 보인다.
인권문제는 북한에게 가장 민감한 주제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자국 주민들에 대한 인권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관영매체를 동원해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기자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인권 관련 질문을 던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신 나서 "모든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올해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을 피해 수위조절을 하는 방식으로 유화적 메시지를 함께 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무부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란과 중국 등의 인권유린 실태를 강하게 비난한 것과도 대조된다.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의 북한 제재위반 연례보고서 발간 직후 국무부가 "미국은 유엔 제재위반 혐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힌 것과도 분위기가 상반된다. 북한이 요구 중인 대북제재 해제에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인권문제에서 과도한 자극은 자제하는 식으로 대화의 불씨를 살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국경지역 마약밀수현황 보고를 받기 전 '북한에 대한 최신정보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없다. 나는 아주 좋은 관계“라고 답했다. ‘좋은 관계’의 상대는 김정은 위원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복구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노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클 코작 미국 국무부 민주주의 인권·노동담당대사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2018년도 인권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