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이 주창된 이래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아세안 투자 규모가 1년 전보다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2일 발표한 '신남방정책 발표 이후 한국의 대아세안 투자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아세안 투자액은 61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 늘었다.
이는 한국의 최대 투자대상국인 미국 투자가 전년대비 23.2%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는 중국 투자액(48억달러)와 비교해도, 아세아 투자액은 1.3배가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동남아 10개국 및 인도의 경제 협력 수준을 미국·중국·일본·러시아 4개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신남방정책'을 천명했다. 실제 지난 1년간 이곳 지역의 한국기업 투자 진출은 급격하게 진행됐다.
국가별로는 베트남 투자 증가가 특히 두드러졌다. 지난해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31억6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60.3% 증가, 아세아 투자 증가를 주도했다. 싱가포르 투자도 전년대비 49.2% 늘었다.
투자업종은 전통적인 투자업종인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투자 증가로 변화가 있었다. 싱가포르 투자가 큰 폭의 증가세가 있었지만, 이 국가의 특성상 제조업보다는 금융·부동산·도소매 등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비중이 감소한 반면 개인 투자 비중은 소폭 증가했다.
인도네시아 투자는 전년대비 25.6% 감소하며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2015년부터 금융·보험 부문에서 투자가 늘었지만, 2017년 말부터 제기돼 금융 불안과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국내 금융사의 투자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다만 미·중 통상 분쟁과 같은 위험요인으로 세계 경기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아세안을 글로벌 우회 수출기지로 활용해온 한국 제조업기업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감으로 지적된다.
이재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아세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 제조업의 경우 신발, 옷 등 가격 민감도가 높은 기업인 경우가 많은데, 글로벌 경기둔화가 오면 직격타를 받을 수 있다"며 "아직 시장이 본격 열리지 않은 스마트 ICT 부문과 같은 고부가가치 신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