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KT가 2014년 1월 황창규 회장 취임 후 14명의 정치권 인사, 군인과 경찰, 고위 공무원 출신 등에게 고액의 급여를 주고 민원해결 등 로비에 활용해왔다는 주장이 24일 나왔다. 공식 업무 없이 자문 명목으로 수천만에서 수억원을 대가로 지급했다는 것으로, '업무상 배임'이나 '제3자 뇌물교부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은 이날 황 회장 취임 이후 위촉된 'KT 경영고문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 따르면 정치권 인사 6명, 퇴역 장성 1명, 전직 지방경찰청장 등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업계 인사 2명이다. 이들의 자문료 총액은 약 20억원에 이른다.
명단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 측근 3명이 위촉됐다. 이들은 각각 홍 의원의 정책특보, 재보궐선거 선대본부장, 비서관 등을 지냈다. 위촉 당시 홍 의원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방위) 위원장이었다.
또 박근혜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18대 대선 박근혜 캠프 공보팀장을 지낸 남모씨와,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성범 전 한나라당 의원, 경기도지사 경제정책특보 출신의 이모씨 등도 KT에 영입됐다. 이들 정치권 인사들은 매달 약 500만~8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군, 공무원 출신 인사는 정부 사업 수주를 도운 것으로 의심된다. 특히 2016년 KT가 수주한 750억원 규모의 '국방 광대역 통합망 사업' 입찰 제안서에는 예비역 소장인 남모씨가 등장한다. 남모씨는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신참모부장, 육군정보통신학교장 등 군 통신 분야 주요 보직을 거쳤다. 당시 국방부의 사업 심사위원장은 남모씨가 거쳐간 지휘통신참모부 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KT와 직접적 업무관련성이 있는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국민안전처, 행정안전부 고위공무원 출신도 경영고문에 위촉됐다. 경찰 출신 고문은 사정·수사당국 동향을 파악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줄 수 있는 IO(외근정보관) 등 소위 '정보통'들이라는 후문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KT는 이 의원의 줄기찬 요구에도, 경영고문 활동 내역을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KT 직원들은 물론 임원들조차 이들의 신원을 몰랐다. 공식 업무가 없거나 로비가 주업무였던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집중적으로 위촉된 2015년 전후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 회장의 국감 출석 등 민감한 현안이 많았을 때라는 설명이다.
이철희 의원은 "황 회장이 회삿돈으로 정치권 줄대기와 로비에 나선 걸로 보이기 때문에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히고 응분의 법적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17년 말 시작된 경찰 수사가 1년 넘게 지지부진한 것도 황 회장이 임명한 경영고문들의 로비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경찰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차제에 검찰이 나서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지난해 10월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종합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