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정부가 민간중심 벤처생태계 조성을 핵심 정책 기조로 선언한 가운데, 벤처기업확인제도가 15년여 만에 공공에서 민간 중심으로 재편된다. 공공기관인 기술보증기금 중심의 기술평가보증·대출에서 벤처기업 유형이 폐지되며, 벤처의 본질 가치로 꼽히는 혁신성·성장성 등을 핵심 평가기준으로 삼아 벤처기업을 선발해 벤처의 질적 성장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1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벤처기업확인 업무를 맡았던 기술보증기금이 벤처확인업무에서 제외되고,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벤처기업확인위원회'가 주도해 심의를 거쳐 벤처기업 해당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창업 중인 기업을 포함해 벤처기업확인위원회에서 혁신성·성장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은 기업은 벤처기업으로 인증돼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받게 된다. IT, 바이오 등 각 분야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지닌 기술평가기관에서 기술평가를 거치고, 벤처기업확인위원회에서 최종 벤처기업 인증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정부가 벤처확인제도를 개편하는 것은 민간 중심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행 제도에서 벤처기업확인은 공공기관(기술보증기금·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기업의 톱다운 방식이었다. 기술보증기금(기술보증), 중소기업진흥공단(대출)으로부터 일정한 보증이나 대출을 받고 이들 기관에서 기술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받아야 벤처기업으로 인증받을 수 있었다. 이를 민간 중심의 벤처기업확인기관에서 혁신성과 성장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받으면 벤처기업으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현행 벤처기업확인제도에서 지난해 말 기준 벤처기업 확인 유형을 보면 기술평가보증(기술보증기금)·기술평가대출기업(중소기업진흥공단)이 88.7%로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평가보증이 벤처기업확인의 10곳 중 8곳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연구개발기업 유형은 6.5%, 벤처투자 유형은 4.5%, 예비벤처는 0.3%에 불과했다. 이같이 기술평가보증·기술평가대출 유형의 벤처기업에 쏠려 있는 것은 정부출연 금융기관으로 벤처기업확인을 전담하다시피 해온 기술보증기금 역할이 컸던 데 기인한다.
벤처기업확인제도는 1998년 민간 중심으로 시행됐지만 2006년 제도 전면 개편 이후 공공기관 중심으로 바뀌었다. 실제 시장에서 벤처자금을 운영하는 기업을 벤처기업으로 인증하는 기술평가보증·대출기업을 벤처확인요건으로 추가하면서 기술보증기금 위주로 벤처기업 인증이 쏟아진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기술평가보증·대출기업 유형은 기술성부문 배점의 60% 이상 득점, 기술평가등급 B등급 이상 등 기술평가 외에도 8000만원 이상 보증·대출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해 재무안정성이 중시되는 측면이 있다.
한편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여야 모두 민간 중심의 벤처생태계 조성이라는 정책의 큰 줄기에는 공감하고 있어 국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종훈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정부 입법안과 관련 "벤처여부를 확인해줄 수 있는 권위 있고, 전문성을 지닌 협회, 단체, 기관 등에서 1차적으로 벤처여부를 결정하게 하고 최종적으로 벤처기업확인위원회에서 해당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된다"며 "결정이 잘못됐을 때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등 보완책 등은 최종 시행령 안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제2벤처붐 확산 전략 보고회'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