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검찰이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소환해 청와대 '윗선'의 지시가 있는지 등을 추궁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12일 오전 김 전 장관을 소환해 직접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의 퇴임과 채용 과정에 개입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또 퇴임과 채용 과정에서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박천규 환경부 차관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한 검찰은 조만간 신 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하고 조 수석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2월11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처음 김 전 장관을 소환한 뒤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잇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2일 조사 당시 건강상 이유로 5시간 만에 귀가했던 김 전 장관은 열흘 만에 다시 검찰에 나왔다. 이날 김 전 장관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공모 과정에서 내정자가 있었는지', '청와대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조사실로 올라갔다.
김 전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한 산하기관 한국환경공단 임원들에게 사표를 제출받는 과정에서 '표적감사'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비롯해 후임자 공모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에게 면접 자료와 질문지를 미리 주는 특혜성 채용에 개입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처음 조사한 뒤 지난달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같은 달 26일 "일괄 사직서 청구 및 표적감사 관련 혐의는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 됐던 사정 등을 고려해 이 부분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피의자에게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구성요건에 대한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이는 사정이 있다"고 기각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게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을 보고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자유한국당은 김 전 장관과 박 차관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