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최대주주 객관적 신주인수권 취득, 과세 대상 아냐"

"신주 저가 취득 행위로 단정 어렵다"

입력 : 2019-04-21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공공사업 계획에 따라 불가피하게 최대주주로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신주인수권 취득·행사를 해 차익을 얻었다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업간 특수관계 없이 객관적으로 신주인수권 취득·행사가 이뤄져 얻은 차익이므로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윤모씨가 서울 삼성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경정거부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의료장비 제조판매업체 인트론바이오는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십칠차유동화지원사업의 자금지원을 신청해 그 대상회사로 선정됐고, 이에 따라 십칠차 유동화지원사업의 주관사인 굿모닝신한증권과 사채에 관한 인수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 2008년 6월 사채를 일괄매각했고 신한증권은 사채 전부를 십칠차유동화에 양도했다. 십칠차유동화는 사채 중 사채권과 신주인수권증권을 분리해 사채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10억 원 상당의 신주인수권 전부를 인트로바이오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윤씨에게 5000만원에 매각했다.
 
윤씨는 2013년 2월 5억원을 직원들에게 양도하고 나머지 5억원의 신주인수권을 1250원에 행사해 인트로바이오 주식 40만주로 전환했다. 이후 삼성세무서에 주식보유비율 19.75%를 초과하는 24만2000주의 주식전환이익 24억5800여만원에 관한 증여세 7억3000여만원을 신고·납부한 뒤 이듬해 증여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세무당국에 증여세 경정청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윤씨는 "신주인수권증권을 발행법인 또는 인수인으로부터 취득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공공사업인 중소기업자산유동화지원사업의 기본계획에 의해 불가피하게 대주주로서 신주인수권증권을 인수했으므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세무당국은 "윤씨는 인수인에 해당하는 굿모닝신한증권과 십칠차유동화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취득했고 인수인으로부터 취득하지 않았다고 해도 제3자를 거치는 방법으로 실질적으로 발행법인인 인트론바이오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취득했으므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신주인수권 행사로 인한 이익은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고 반박했다.
 
1심은 "윤씨는 인트론바이오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서 인트론바이오의 의사 결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지분율의 유지 또는 상승을 위해서 신주인수권을 의도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은 "윤씨의 신주인수권 취득 및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른 인트론바이오 신주의 취득까지 약 4년7개월여의 시간적 간격이 있는 일련의 행위들이 증여세를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진 행위로서 그 실질이 인트론바이오의 대주주인 윤씨에게 그 소유주식비율을 초과해 신주를 저가로 취득하도록 해 시가와 취득가액의 차액 상당을 증여한 것과 동일한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가 처음부터 사채 발행과 신주인수권증권의 취득 및 신주인수권 행사라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인트론바이오의 신주를 취득해 차익을 얻을 것을 예정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결국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가 처음부터 인트론바이오의 주가 상승을 예정하고 인트론바이오의 대주주인 윤씨에게 주가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과다하게 분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그 수단으로 이용된 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세무당국은 윤씨에게 증여세 7억3000여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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