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여야 4당이 22일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 및 사법개혁 관련 법안들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은 전적으로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 달렸다. 이번 합의안을 놓고 각당이 추인절차를 밟기로 한 가운데 유독 바른당에서만 내부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그동안 선거제 개편안의 패스트트랙 추진을 당론으로 추진해왔기 때문에 의원들의 추인을 받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평화당의 경우 5·18 특별법 처리가 변수였지만 다음달 18일 전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큰 장애물은 없어졌다. 더불어민주당도 홍영표 원내대표가 공수처안에 대해 당 지도부, 청와대와 교감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당내에서 반대가 일더라도 합의문 자체를 부결시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합의안에 찬동한다"며 "각 당의 의원총회에서 추인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힘을 보탰다.
문제는 바른당이다. 바른당 내 의원들이 23일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에 동의해줄지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까지 바른당은 총선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이해관계에 따라 사분오열되면서 패스트트랙에 대해 당론을 모으지 못했다. 앞서 지난 18일 열린 바른당 의원총회에서도 김관영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설명한 '최종 협상안'을 민주당 측에서 공개 부인했다는 이유로 결론 없이 끝났지만, 이같은 절차적 문제가 해소됐다 해도 옛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선거제 패스트트랙 추진을 성공시키려는 당 지도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결국 추인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손학규 대표의 경우 자신의 퇴진론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데 패스트트랙 처리가 중요한 만큼 당론 추인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도 정족수 과반 이상을 추인 조건으로 내걸며 의사진행동의 투표까지 진행키로 한 건 합의안 추인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이번 패스트트랙 추진이 "협상의 끝이 아니라 시작점"이라는 점을 강조해 당내 의원들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야 4당의 이번 합의는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형식을 취하면서 한국당을 논의 테이블에 끌어들이는 포석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이해하고 저는 패스트트랙 지정하는 것이 새로운 협상의 시작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이 점을 기초로 우리당 의원들을 설득하겠다"며 "패스트트랙이 최종 추인되서 지정 되더라도 그 법안을 갖고 270일 후 내지는 330일 후 그대로 표결하겠다는 의지보다는 그 전에 서로가 협상해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을 가장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 4당에서 각 당 추인이 이뤄지면 남은 단계는 오는 25일 각 상임위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느냐 여부다. 일각에서는 바른당에서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바른당 소속 정개특위 간사와 사개특위 간사를 사보임한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김관영 원내대표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합의안 발표에 따라 그동안 공수처 설치 등에 반대해온 한국당은 23일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4당 합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의회 민주주의에 조종이 울렸다"며 "철저하게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제와 공수처를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바른미래당 김관영·민주평화당 장병완·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선거제, 공수처법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합의문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