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인공지능(AI) 스피커가 디스플레이를 달고 돌아왔다. SK텔레콤 '누구 네모(NUGU nemo)'다. 2016년 9월 똑똑한 스피커를 표방하며 세상에 나온 '누구'가 2년 반만에 하드웨어 변신을 꾀했다.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 IT쇼 SK텔레콤 부스에서 누구 네모를 체험해봤다. 지난 18일 언론에 처음 공개한 이후 일반 대중에 첫선을 보인 날이다. 시원하게 달린 7인치 화면이 첫 눈에 들어왔다. 하단에 있는 스피커도 안정감 있게 디스플레이를 받쳐줬다. 전체적 디자인은 시중에 나와있는 아마존 디스플레이 탑재 AI 스피커 아마존 에코쇼와 비슷했다.
"아리아"라고 부르자 누구 네모가 깜빡깜빡 들을 준비를 했다. "아리아 오늘 날씨 어때"라고 묻자 화면에 현재 날씨 26도, 습도 60% 등 현재 날씨가 화면을 채웠다. 기존 AI 스피커의 경우 질문을 한 후 스피커가 대답을 하기까지 정보의 공백이 있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어떤 답을 내놓을지 정보의 지연 시간 동안 상상을 해야했다. 하지만 누구 네모는 질문과 동시에 응답 내용이 화면을 채워, 지연 시간 없이 눈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SK텔레콤 누구 네모가 핑크퐁 파닉스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SK텔레콤은 누구 네모의 첫 타깃으로 키즈를 제시했다. 실제로도 '핑크퐁 ABC파닉스'와 '핑크퐁 123 숫자놀이' 등 핑크퐁 놀이학습 콘텐츠와 '거꾸로 가위바위보', '고고고(크고 많고 길고)' 등 게임이 기본 탑재돼 있다. "아리아 핑크퐁 파닉스 공부하자"라고 말하니 곧바로 핑크퐁 ABC 파닉스 화면으로 이동했다. 이후 터치를 통해 A부터 Z까지 알파벳을 공부할 수 있다. 터치로 ABC를 그리며 사용하는 방식이다. "아리아 두뇌게임 하자"라고 요청하니 거꾸로 가위바위보가 실행됐다. 기기에 탑재된 카메라가 사용자를 인식해 가위바위보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교육업체들도 자체 콘텐츠를 태블릿 PC에 탑재해 책과 태블릿 PC를 연계해 학습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누구 네모의 키즈 콘텐츠 방식도 이들과 큰 차이는 없었다. 7인치 화면이 개인에 따라서는 학습용으로 작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태블릿 PC를 활용해 학습하는 방식과 기본적 원리는 비슷했다. 다만 음성인식이 가능하다 보니, 어느 정도 말을 할 줄 아는 아이라면 일정 시간은 부모의 도움 없이 기기를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리아 홈 화면으로 가줘", "아리아 뽀로로 보여줘" 등 음성으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화면 이동을 할 수 있어 기기의 조작 없이 몇 문장만 알고 있다면 스스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SK텔레콤 누구 네모가 노래 가사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어른들을 위한 기능도 있다. 기존 AI 스피커 이상으로 다양하지는 않지만 1인 노래방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령 "아리아 인기있는 노래 찾아줘"라고 요청하니 FLO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해 인기차트 중 방탄소년단(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틀었다. "아리아 노래가사 보여줘"라고 요청하니 똑똑하게 가사도 보여준다. 가사를 잘 몰라 흥얼거렸다면 이제는 화면을 통해 들으면서 따라 부를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할 수도 있다. 앱 누구를 받아 아이디 연결을 해놓으면 핸드폰으로 누구 네모를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누구 네모의 무드등을 켜거나 누구네모와 연동된 앱을 조종할 수도 있다.
행사장이 조용하지 않다보니 중간중간 아리아가 한번에 인식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품 상단에 마이크가 탑재돼 있어 가까이에서 얘기를 하면 기본적인 기능은 응답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정 답답하다면 화면을 터치해 바로바로 이동하면 된다.
SK텔레콤 누구 네모를 스마트폰 앱 누구를 통해 제어하고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말로만 명령하면 편할 줄 알았는데, 최근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려는 AI 스피커의 출시가 늘어나고 있다. 청각에만 의존하는 것보다는 시각까지 합쳐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훨씬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청각을 고려한 AI 스피커 구매를 고려 중이라면 다양한 선택지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구매대행 사이트에는 구글어시스턴트와 8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LG WK9 스피커, 아마존의 에코 스팟과 에코쇼 등의 제품이 나와있다. KT도 다음달 초 시장에 관련 제품을 출시한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지난달 일본에서 클로바 데스크란 이름의 디스플레이 탑재 AI 스피커를 공개했다. 가격도 20만원 선에서 비슷하게 형성돼 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