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지 말라는 청와대, 가야한다는 정부…관가 근무지 갈등 '증폭'

부처별 상황따라 다르게 해석, '국회 이전 및 분원 설치' 주장도

입력 : 2019-05-06 오후 6:00:00
[뉴스토마토 정책팀] 청와대가 연내 서울 장·차관 집무실 폐쇄를 추진하자 공직사회에서 볼멘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부처는 청와대 방침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다른 회의실을 사용하는 등의 꼼수를 찾는 등 근무지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정부 등에 따르면 청와대가 서울에 마련한 각 정부부처 장관 집무실을 연내 폐쇄한다는 계획을 놓고 일부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공무원들. 사진/뉴시스
 
6일 관가에 따르면 청와대는 정부가 편의상 서울에 마련한 각 부처 장관 집무실을 연내 폐쇄하는 방안을 확정했다(4월10일자 1면 참조)했다. 부처가 세종청사로 옮긴지 수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공무원들이 주로 서울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뉴스토마토>보도 이후 일부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서울에 마련된 모든 장관 집무실을 연내 빼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홍 부총리는 서면보고로 충분한 내용들을 서울로 올라와 대면보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방침에 힘을 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국무조정실 근무 시절 공무원이 서울 출장시 사전에 보고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으로 유명하다. 
 
국무조정실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세종 근무 강화 방안'을 마련해 정부 부처에 공문을 발송하고 이행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대면보고를 최소화해 서울 근무를 줄이는 대신 전화와 영상, 메세지 등으로 보고하라는 가이드라인이 골자다.
 
다만 부처 별로 대응 방안은 천차만별이다. 청와대 방침을 이행하겠다고 정한 부처가 있는 반면,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는 서울 집무실 폐쇄 방침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내로 폐쇄하라는 조치를 이행할 것"이라며 "임대차 계약기간도 7월이면 끝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도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이 있는데 8월이 임대차 기간으로 3분기 내에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입장이 분명치 않다. 다른 부처의 상황을 보고 움직이겠다는 다소 소극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서울 집무실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바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 가이드라인 마련을 건의했고 결론이 나면 그에 맞게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도 비슷한다. 한국전력 남서울지역본부에 장관 집무실을 두고 있는데 연말까지 시간이 있으므로 상황을 좀 더 보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철수에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관의 서울 집무실에 부처가 집착하는 것은 업무 효율성 때문이라는 게 관가의 해석이다. 실무자들이 서울 출장을 가는 목적의 상당수가 바로 국회 일정 때문인데 서울에 집무실이 없어지면 업무를 볼 공간이 사라져 일처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실제 뉴스토마토와 만난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임시국회나 상임위원회 그리고 국정감사와 예산결산심의 등 일년 내내 국회 일정이 잡혀 있는데 무조건 근무 공간을 빼라는 조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 조치를 피해 다른 방식으로라도 사무실 공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A부처의 경우 서울에 장관 집무실 설치가 불가능하게 되면 산하기관 회의실을 활용할 방침을 정했다. 
 
나아가 관가에서는 서울 집무실 폐쇄가 탁상행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해관계자를 많이 상대하는 공무원들이 세종에 머무르며 민원인들과의 접촉을 꺼려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B부처의 한 관계자는 "서울 일정을 최소화 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일방적으로 국회 일정을 줄일 수 없는 만큼 우선적으로 민원 업무를 가장 먼저 줄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무원들이 반드시 들어야 할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국회 업무를 줄일 수 없다면 아예 국회를 세종으로 옮기거나 그게 여의치 않다면 분원이라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정부 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요 서울 일정이 국회와 관련돼 있는 점을 고려해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하거나 분원을 설치하면 상당 부분이 해소된다"며 "실무자들 사이에서 업무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이번 방침에 불만을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팀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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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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