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국내 대형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계열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금융지주(316140)도 M&A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한 만큼 당분간 경영 안정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형 매물 인수전에도 적극 나서면서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출범한지 100일이 지난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롯데 금융계열사 등 굵직한 비은행 계열 인수전에 등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JKL파트너스가 각각 선정됐다. 롯데카드의 경우 한앤컴퍼니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금융권의 이목은 우리금융에 쏠렸다.
초반에는 롯데카드 본입찰에 참여한
하나금융지주(086790),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중 하나금융에 보다 유리한 분위기로 흘러갔으나, 막판에 우리은행과 MBK파트너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입찰에 나서면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지주(316140)의 양강구도로 재편됐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면서도 규모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우리금융의 경우 금융지주 체제 전환 첫 해인 만큼 당분간 자본규제 등의 영향으로 M&A 시장에서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롯데카드 인수전 등에 적극 나서면서 성장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M&A를 통한 성장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손 회장은 지난 3월 주총에서도 "전방위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수익성을 높여 2~3년 내에 1등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며 "규모가 커서 직접 인수하기 어려울 경우 컨소시엄을 통해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달 5일에는 중국 안방보험그룹과 협상을 마치고 동양자산운용 및 ABL글로벌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는 우리금융 출범 이후 3개월여만에 이뤄낸 첫 M&A 성과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에는 국제자산신탁 측과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자회사인 우리은행을 통해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한 것도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할 경우 장기적으로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계획으로 보고 있다.
잇따른 비은행 계열 인수에도 정체 상태에 있는 주가도 우리금융이 M&A시장에 뛰어드는 요인으로 보인다. 지난 3일 기준 우리금융의 주가는 주당 1만3950원으로 금융지주 체제 전환 이전인 1년 전 우리은행 주가와 비슷한 상황이다. 손 회장도 최근 자사주를 추가 매입하는 등 주가 부양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의 자산 위험도 평가 방법이 다시 내부등급법으로 바뀔 경우 보험사,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사 M&A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자금 여력이 현재도 충분한 상황인 만큼 자산 위험도 평가 방식이 기존과 같이 표준등급법이 아닌 내부등급법으로 변경될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수 있다"라며 "현재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도 대형 M&A 매물 인수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종합 금융그룹으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지난 1월 우리금융 출범식에서 기념사를 하는 모습. 사진/우리금융지주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