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버림받는 반려동물 구할까

태생·품종·주인 등 식별정보 블록체인에 담는 시도 활발
코 무늬 '비문'·안면인식·귀 정맥·DNA 등 방식도 다양

입력 : 2019-05-14 오후 3:04:01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블록체인 기술로 반려동물 식별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버림받는 반려동물들을 구할 해결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기동물 수는 2015년 8만2100마리에서 2016년 8만9700마리, 2017년 10만2593마리 등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근 벌어진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 사건은 반려동물 유기 등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찰 수사결과 케어에서 현재까지 안락사 시킨 개의 수는 201마리로 밝혀졌다.
 
이처럼 반려동물 유기 문제가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반려동물 관리 서비스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 태생부터 반려동물을 식별하고 등록·관리해 불법적으로 버려지는 일을 원천 차단하고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반 소셜 미디어 커뮤니티 플랫폼 '블록펫'이 가장 활발하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특허 출원 중인 '펫신원인증기술'이 핵심이다. 동물의 코 모양(비문·코 근처 맨살로 된 부분에 있는 무늬)과 안면 정보를 수집해 구축한 알고리즘으로 동물마다 고유의 ID를 부여해 이 정보들을 블록체인에 등록한다. 개는 주로 비문을 활용하며, 코의 크기가 작은 고양이는 전체 안면 정보를 분석한다. 사람의 얼굴을 수만 개의 점으로 쪼개 분석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블록펫은 특히 블록체인에서 파생되는 서비스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보관되는 반려동물 건강 정보는 반려인 동의하에 동물 관련 질환을 연구하는 병원 등의 의료기관, 보험사 등에 제공될 수 있다.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반려인은 리워드를 받게 된다. 또한 블록펫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서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영상 콘텐츠 등을 업로드하고 공유, 하트 클릭, 댓글 달기 등의 커뮤니티 활동을 하게 되면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보상 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토큰이코노미를 추구하는 셈이다.
 
'휴니멀' 프로젝트는 반려동물의 귀 쪽 정맥을 스캔해 개체를 식별하는 기술을 활용한다. 동물의 귀에 내재된 정맥 패턴은 동물 생애주기 동안 일정해 개체마다 정보의 고유성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가로 알려진 정맥 스캔장비는 기술 확산을 위해 해결해야 될 과제로 보인다. 또한 휴니멀은 디앱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인 블록펫과 달리 현재 디앱을 개발한 단계는 아니며, ICO(암호화폐공개) 중심으로 우선 동물병원, 관련 보험사, 애견카페, 펫사료업체 등 다양한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부산 등지에서 휴니멀 사업과 자체코인 '휴니코인'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식회사 '도그코리아'는 DNA 혈통관리를 표방한다. 반려동물의 DNA를 자체 컴패니온 펫 코인(CPC·Companion Pet Coin)의 블록체인 시스템에 등록하면 분실 시 DNA로 주인을 찾을 수 있으며, 불법유기 시에는 추적·처벌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 ERC-20 기반으로 CPC 코인 개발에 착수한 도그코리아는 올해 거래소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반려동물에서 체취한 혈액을 분석하는 특허(제10-1733917호)와 DNA 족보시스템 운영 노하우가 장점이라고 꼽는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반의 반려동물 식별 기술이 등장하는 것은 기존 식별 시스템의 문제와 맞닿아있다. 현행 반려동물등록 의무화 제도에 따르면 무선전자개체식별장치(마이크로칩)를 반려동물에 삽입하거나, 동물 외부에 인식표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그러나 인식표는 임의로 제거하기 쉽고 분실될 확률이 높으며, 몸 안에 심는 마이크로칩은 반려인들의 거부감이 크게 작용해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국회에는 반려동물 등록 방법을 기존 시행령에서 법률로 강화하고, 동물의 등록방법으로 DNA 등록 방법을 추가하는 개정안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심사를 받고 있다. DNA 등록방식은 정확성은 가장 높지만 기존 방법에 비해 등록·분석에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확인에 걸리는 시간이 긴 것은 단점이다.
 
향후 반려동물 유기문제를 풀기 위한 블록체인 기술 활용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법적 제한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은 법적으로 재물로 분류돼 개인정보보호법상 제한을 받지 않는다"며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의 치료 정보는 사람의 건강 정보와 달리 민감 정보로 보는 편도 아니라, 반려동물의 건강 데이터 제공·보상 구조 등 블록체인 적용시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동물복지지원센터에 있는 유기견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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