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정부가 바이오헬스 분야를 반도체와 버금가는 주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규제 해소 측면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국제 수준의 규제를 내걸었지만 구체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라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충북 청주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 열린 오송 혁신신약살롱에서 신기술 및 최신 트렌드에 대해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22일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은 관련 규제 해소 보다는 투자에 방점을 찍었다. 연간 4조원을 투입해 바이오헬스 산업을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중점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미래 성장가능성과 고용 효과 등을 고려했다"면서 "게다가 국민건강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전략을 위해 그간 관련 업계와의 수많은 간담회를 거쳐, 산업 전주기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5대 빅데이터 플랫폼과 연구개발(R&D) 확대, 정책금융 및 세제지원, 글로벌 수준 규제 합리화 등은 그간 업계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제도다. 특히 신성장동력·원천기술 R&D 세액공제를 기존 5년에서 10년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은 제약업계 등에서 적극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신약 개발에 최소 10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데 세액공제가 5년까지만 지원돼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건의가 많았다.
다만 규제 해소 부분은 다소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수준의 규제에 맞추겠다고 했지만 구체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법 개정사안이 필요할텐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제대로 진행될 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는 이날 글로벌 수준의 규제 합리화를 내걸고 규제시스템을 국제기준과 맞춘다고 했지만, 세부적인 계획은 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세부 내용 대신, 규제 샌드박스와 규제자유특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혁신기술을 실증하고 그 결과를 법령 개선에 반영한다고만 명시했다. 현 시스템에서 할 수 있는 의약품·의료기기 인허가 기간 단축 등은 내걸었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들은 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제약·의료기기 등 주요 분야별로 규제개선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로드맵에는 그동안 이해관계 기관 등의 반대에 막혔던 원격의료 추진과 난치병 치료를 위한 비동결난자 연구 목적 일부 허용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