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홍춘욱 이코노미스트 "역사·경제가 주특기…정부 적극 경기부양해야"

23년 증권·은행·연기금 두른 거친 이코노미스트에서 작가로
"환율 단기급등 우려 …소프트파워 커져야 경쟁력 살아나"

입력 : 2019-05-24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에는 본업보다는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작가로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책을 기획하고 지난달 재직 중이던 증권사를 잠시 떠났지만, 4월24일 출간한 책이 출시와 동시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교보문고(8~14일) 기준 종합 2위, 경영경제 분야에서는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블로그와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중들과 소통을 즐겼던 그는 지난해 말 경제 관련 내용을 다루는 '유튜버(유튜브 크리에이터)' 모임에 나가게 됐고, 여기서 만난 'TV붇옹산'의 강영훈 대표의 조언으로 책을 기획하게 됐다. 경제와 역사, 이 두 콘텐츠는 홍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20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흥미를 갖고 자료를 모았던 분야다.
 
특히 홍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에 대해 "수출을 포기하고 내수 부양으로 갈 수도 없는 처지에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정건정성에 과도한 집착을 버리고 정부가 적극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총부채는 중국이나 미국에 비해 훨씬 낮으며 과도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겸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저자. 사진/이정하 기자
 
책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베스트셀러 예감은 있었나.
 
블로그를 시작한지 20년째다. 인터넷에서 접한 좋은 논문과 의미있는 그래프 등 자료들을 모아두기 위해서였다. 그간 스크랩한 자료는 2300여개이며 블로그 이웃도 8만명이 넘는다. 연말 경제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4명과 조촐한 저녁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자리에서 파워 유튜버인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카페 대표와 블로그 얘기를 나누면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경제와 역사를 결합한 채널로 유튜브를 운영하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유튜브보다는 책이 우선이다 싶어 출판사에 기획안을 들고 갔고 일사천리로 진행돼 나오게 됐다.
 
베스트셀러가 될 줄 몰랐다. 출판 3주 기준으로 4~5만부 정도가 팔렸다.하루에 1000~1500권 정도가 나간다. 2012년 출간했던 '돈 좀 굴려봅시다'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다. 2016년 '환율의 미래'도 잘 팔린 책이었다. 제 책의 주된 고객층은 여의도 증권가에 근무하는 분들 또는 재테크에 관심 많은 30대 남성들이다. 이번 책이 이전보다 더 잘 팔린 배경은 외연이 확장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을 볼만한 고객층이 중고등학생들로까지 넓어졌다고 본다. 경제 책을 읽는 것에 부담을 가지거나, 공포를 가진 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썼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잘 팔려 다행이다. 최근에는 작가로 전업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이코노미스트로 다양한 업권에 근무한 것 같다.
 
맞다. 증권사 은행 그리고 연기금 등을 거쳤다. 첫번째 직장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했으나 곧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회사를 나오게 됐다. 회사가 끝까지 직원들을 케어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상대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좋게 생각해 보면 이직을 통해 연봉을 올리고 진급할 기회가 주어졌던 것 같다.
 
국민은행에서는 '외환스왑(FX)'을 다루면서 환율에 대한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덕분에 나온 책이 '환율의 미래'이기도 하다. 이후 옮겨간 국민연금에서는 자산배분과 환헷지 그리고 주식 리서치, 세가지를 경험했다. 노무라증권, 골드만삭스의 세계 톱 애널리스트 의견을 맘껏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직전까지는 키움증권에서 3년 정도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몸이 지쳐있었고, 책 쓰는 데 전념하고자 4월 회사를 나오게 됐다. 일종의 나에게 주는 휴가와도 같다. 이전에는 새벽에 출근하느라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여유가 생겨 좋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지만 다시 이코노미스트로 돌아갈 생각이다. 한 번 정도 더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블로그, 유튜브 활동은 계속할 생각인가.
 
블로그 운영의 첫 번째 목적은 자료 스크랩이고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다. 물론 소통이 쉽지만은 않다. 안 좋은 글도 보게 되고 화가 날 때도 있다. 그래도 글쟁이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유튜브는 글을 읽는 걸 부담스러운 분들이 의외로 받는 점을 깨닫고 시작하면서 했다. 글이 아닌 말로 하다 보니 편한 면도 있었다. 반응도 글보다 더 즉각적이다. 회사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면, 그쪽 입장을 따라야겠지만 제약이 없다면 계속하고 싶다. 그간 몸담았던 회사에서 개인 SNS 활동에 대해 권하는 분위기여서 활발하게 할 수 있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4월 출판한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교보문고 기준 종합 2위, 경영경제 분야 1위를 기록 중이다. 사진/로크미디어
 
한국 경제 위기설이 불거졌다. 환율급등과 수출부진 어떻게 보나.
 
환율은 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달러 부채를 많이 보유한 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1200원 터치를 바라보던 원·달러 환율이 다소 진정은 됐지만, 급등할 경우 환헷지를 안 한 외국인 자금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빠져나갈 수 있다. 일부 수출업체에 유리할 수는 있지만 이들 기업의 이익은 국민 개개인에게 잘 돌아오지 않는 반면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은 서민들의 삶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환율은 오르는 것보다 떨어지는 게 경제적 이득이 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수출 부진은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거대 강대국 사이에 끼인 나라라는 한계도 있다. 그렇다고 대외 의존도를 낮출 순 없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내수에서 소비되는 물량이 10%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해외에서 소비된다. 내수 위주로 전환하자는 얘기는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얘기다. 우리는 내수 시장이 좁다. 한계가 있다. 그간 (수출을) 너무 잘해와서 문제가 된 부분도 있다.

현 경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부가 돈을 풀어야 한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이자 경제학의 교과서와 같은 '거시경제학'을 쓴 저자이기도 한 그는 명목성장률(G)이 더 높으면 정부가 아무리 부채(정부조달이자·R)를 발생시켜도 그 나라의 실질 부채 부담은 줄어든다고 역설했다. 즉 이자율보다 성장률이 높으면 부채를 많이 찍어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6% 정도에 불과하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2% 초중반이다. IMF 등 국제기구들도 재정 부양을 택하기를 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총부채는 중국이나 미국에 비해 훨씬 낮다. 다만 당국은 IMF를 겪으면서 부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97년은 정부 부채 때문이 아니라 기업 부채로 나라가 휘청했던 것이다. 수출이 안 되고 성장률이 둔화될 때는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 추경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늦어진다면, 한국은행이 금리라도 낮춰야 한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국가 이미지는 그 나라가 가진 소프트파워다. 그래서 미국이 강한 국가인 것이다. 미국이 제조업 수출에 의존하지 않아도 경쟁력을 가진 이유다. 우버, 에어비앤비, 아마존 등은 공장이 없지만, 전 세계를 재패했다. 한국 기업이 잘한다고 한들 이마트가 전 세계에서 잘 나가기는 힘들다. 즉 좀 핫해 보여야 사람들을 움직인다. 블루보틀이 왜 전 세계에서 잘나간다고 생각하나, 왜 우리나라 착륙과 동시에 5시간씩 줄을 서서 먹는다고 생각하나.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 세계 사람들이 BTS와 한국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LG생활건강의 '후'가 세계적으로 먹히는 것도 경쟁력이 강화된 면도 있지만, 우리 것이 핫해 보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덕(한국+오덕후)'들이 늘면서 우리 것이 전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너무 잘 해왔다. 옛날에는 시작도 못했지만, 이제 출발 정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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