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 정황을 포착한 검찰 수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삼성바이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지만 삼성전자 핵심 인원 2명이 구속되면서 책임소재가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를 받는 김태한 삼바 대표이사·김홍경
삼성전자(005930)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박문호 삼성전자 부사장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심사)에서 두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만 발부하고 김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기각 결정 뒤 "앞으로, 조직적인 증거인멸행위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김태한 대표이사에 대한 기각사유를 분석해 영장재청구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수사에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 대표이사는 본인은 증거인멸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며 검찰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이사는 이날 영장심사 직전 증거인멸을 직접 지시했는지 아니면 윗선 지시를 받았는지, 인멸한 내용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작업과 관련 있는지 등에 관한 물음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삼성물산(000830)·제일모직이 지분을 갖고 있던 삼성바이오의 자산 규모가 분식회계로 부풀려졌고 이후 두 회사 합병 비율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수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사업지원 TF 지휘 아래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분식회계 관련 증거 인멸 정황을 포착하고 함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정현호 사장 소환 가능성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번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박 부사장은 11일 구속된 사업지원TF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소속 서모 상무를 지휘한 '윗선'으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또 검찰은 금융감독원 특별감리와 검찰 수사에 앞서 에피스 직원 업무용 컴퓨터와 휴대전화 내에 이 부회장을 뜻하는 'JY'나 '미전실' 등의 단어를 검색해 문제가 될 만한 파일을 삭제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 에피스의 양모 실장(상무급)과 이모 팀장(부장급)을 17일 구속기소했다. 시간차를 두고 점점 윗선을 향해 칼끝을 겨누는 모양새다.
검찰은 이번 증거인멸 의혹을 지휘한 배후로 지목받는 사업지원 TF의 정 사장을 이르면 이번 주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지원TF는 과거 삼성의 컨트롤타워로 불린 미래전략실 출신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조직으로 정 사장은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에피스 직원들이 지난해 7월 검찰 수사를 앞두고 '부회장 통화결과' 등의 파일을 삭제한 정황을 포착했는데 삭제된 파일의 '부회장'이 이 부회장을 뜻하는 것으로 보고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이 육성파일을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일부 언론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추측성 보도가 다수 게재되면서 아직 진실규명의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유죄라는 단정이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